‘일반의약품 슈퍼판매’ 약사 “일방 통행” 반발… 시민 “감기약 왜 뺐나” 불만
입력 2011-06-16 21:26
보건복지부가 박카스 등 일반의약품 44종을 슈퍼마켓에서도 살 수 있는 의약외품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세우자 약사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약사회는 이번 주말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국민적 비난을 받더라도 대정부 규탄 집회를 열 방침이다. 시민들은 복지부 방침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대한약사회는 16일 전국 16개 시·도 약사회장 명의의 복지부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약사들을 무시하고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복지부에 강력히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김구 약사회장은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의약품 안전성 우려만 제기했던 약사들은 생존권 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의 3분의 1 이상이 일반의약품 판매로 버티고 있다”며 “문 닫는 약국이 속출하면 결국 국민만 손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발은 국민들의 취약시간대 의약품 구입이 편해지지 않는다면 약사 이기주의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이에 약사회는 회원들에게 오는 20일부터 시행되는 당번약국 확대 방안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읍소했다.
시민들은 복지부가 여전히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주부 이정민(33)씨는 “연고, 파스, 소화제 등 간단한 의약품을 슈퍼에서 살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며 “그러나 감기약이나 간단한 해열?진통제 등 정작 몸이 아플 때 필요한 약품이 풀려야만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성남(32)씨는 “언제부터 박카스가 가정상비약이 됐느냐”며 “간단한 의약품은 필요할 때 언제든 구입할 수 있게 판매처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정책일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도 정부 방침을 성토하는 글이 줄이었다. 한 네티즌은 자신의 트위터에 “약사들이 가정상비약 수준의 약조차 슈퍼에서 취급하지 못하게 막아선다는데 몇 만명 약사가 우선인지 5000만 국민이 우선인지 모르겠다”며 “산수도 제대로 못하는 복지부와 국회의원을 얼마나 더 봐야 하는가”라고 비난했다.
편의점 업계는 의약외품 확대를 요구했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소화제나 파스 등도 필요하겠지만 밤늦은 시간이나 약국이 없는 지역에서 꼭 필요한 품목은 감기약 해열제 진통제 등”이라며 “국민 편익을 위해 국회가 전면적인 품목 확대를 추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정부는 국민 입장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의약품 정책방향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현 최승욱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