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뒤집은 쇄신파의 힘… 친이계 힘 못써

입력 2011-06-16 21:44


한나라당이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구간에 대한 추가 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결정하면서, 신주류 원내 지도부의 ‘친서민·중도실용 정책’은 당내 포퓰리즘 논란에도 불구하고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16일 의원총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새 원내지도부가 선출된 후 친서민 정책을 개발해서 나가겠다고 공약을 했었는데, 그 방향성이 다수 의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서 확인이 됐다”고 이날 의총 결과를 평가했다.

한나라당 원내 지도부가 추가 감세 철회를 관철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속 의원 16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8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98명(57%) 중에서 소득세 추가 감세 철회의 경우 찬성 76명(78.4%), 반대는 14명(14.4%)으로 나타났다. 법인세는 추가 감세 철회 찬성이 63명(65.6%), 반대가 33명(34.4%)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원내대표 경선을 승리로 이끌며 신주류로 부상한 쇄신파는 그 힘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쇄신파는 자신들의 ‘대표 브랜드’였던 추가 감세 철회를 관철시키며 이명박 정부의 주요 정책 기조를 뒤집은 셈이 됐다.

정태근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 정부는 감세를 해줄 만큼 해줬다. 더 이상 안 해줘도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이명박계 구주류 측에서는 5명이 발언대에 섰지만 ‘대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성린 의원은 “이 정부의 정책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차명진 의원도 “국민과의 약속을 철회하려면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은 추가 감세 철회 찬성 의견이 우세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사전에 알려지고, 막바지에 30여명만이 자리를 지키는 등 다소 맥 빠진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의 추가감세 철회 움직임에 신중한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아직 당론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당의 움직임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과의 협의를 통해 정부와 청와대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복안이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의 원칙에 따른 법인세 감면 등 감세정책은 이른바 ‘MB노믹스’의 핵심 정책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 문제는 여당과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청와대 관계자는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 문제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추가 감세 철회를 명확하게 당론으로 확정짓지 않고 보완점 논의는 기재위에 위임하면서 청와대와의 정면대결은 피했다. 당 지지 세력인 보수층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정 여지’를 만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정이 예산 부수 법안이 상정되는 9월 정기국회 전까지 논의 과정에서 최고구간 재설정, 조세감면 등과 같은 ‘중재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유성열 남도영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