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울 주민투표로 복지논쟁 가닥잡기를
입력 2011-06-16 18:16
나라가 복지의 파도에 묻혔다. 성장과 복지의 두 바퀴가 조화롭게 굴러가야 하는데도 파이를 키우기 위한 논의보다는 온통 나누는 문제에 관심이 쏠려 있다. 지속가능한 복지는 실종됐다. 정치권에서 불을 지른 뒤 대규모 촛불시위까지 몰고 온 반값 대학등록금이 대표적이다. 철학의 부재도 문제다. 복지는 재정에서 출발하고, 재정은 세금으로 채워지는데도 재정의 배분에 관한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 표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혼선이 일 정도다.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라는 시민운동단체가 어제 공식 청구한 주민투표는 이런 혼란의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의사를 직접 묻는 과정에서 우리 국민이 인식하고 요구하는 복지의 좌표와 수준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자 80만1263명 가운데 유효로 분류된 서명자가 서울시 유권자 836만명의 5%인 41만8000명을 넘으면 발의가 이뤄지고, 8월 말에 실시될 투표에서 유권자 3분의 1이 참여하고 과반이 찬성하면 조례는 폐기되는 수순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민투표의 성격이다. 여야 정당에 대한 선호나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찬반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중심의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을 주도했고,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시장이 반대의 중심에 서긴 했지만 투표의 핵심은 복지의 범위에 관한 주민의 생각이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빈부에 관계없이 서울시내 초등학생과 중학생 모두에게 전면적으로 무상급식을 하자는 조례에 대해 찬반의 뜻을 투표로 보여주어야 한다.
투표의 결과는 복지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는 정치권에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적정복지와 과잉복지의 기준점도 이 투표에서 도출될 수 있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가 이길 경우 지금까지의 무분별한 퍼주기식 복지정책에 대한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가 된다. 들불처럼 번지는 복지 포퓰리즘을 차단해야 한다. 거꾸로 주민투표가 부결되면 향후 모든 복지정책의 기준점으로 삼아야 한다. 오 시장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