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죽이는’ 리비아 성폭행 피해여성

입력 2011-06-15 19:00

세계 어디서든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하지만 리비아의 성폭행 피해자는 상처는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는다.

영국 BBC방송은 리비아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명예살인(Honor Killings)’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 여성들의 가족들이 직접 그들의 딸과 여동생을 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비아에서는 내전 발발 이후 성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8일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정부 측 군인에게 반군 측 여성을 성폭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성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줘 반정부 시위 참여를 억제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성폭행은 총칼만큼이나 강력한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리비아 구호단체인 ‘리비아를 위한 세상’의 나데르 엘하메시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성폭행은 총으로 사람을 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 여성들은 집 밖을 나갈 때도 베일로 얼굴을 가릴 정도로 보수적이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아라파트 자말은 “리비아에선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면 마을 전체가 불명예스러운 것으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살아서 치욕을 견디느니 죽는 것이 낫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구호단체의 하나 엘가디는 “피해자 가족들은 피해 여성을 죽이는 것이 불명예에서 피해자를 구원하는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살인”이라고 말했다.

명예살인을 막기 위해 구호단체들은 이슬람 성직자들을 통해 ‘성폭행은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는 내용의 설교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또 피해 여성들에게 에이즈 검사를 제공하는 등 의료 지원도 하고 있다.

한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명예살인을 인정했던 법률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명예살인 가해자 처벌을 면제하는 법의 적용을 대통령령을 발동해 중단시키겠다”며 “어떤 살인도 명예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