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입찰 산은 배제] 불똥 튄 기업은행 ‘화들짝’
입력 2011-06-15 18:51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무산 ‘불똥’이 기업은행으로 튀었다. 강만수 산은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우리금융 인수전 참가 불허 방침을 수용한 뒤 갑자기 기업은행과의 합병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강 회장 개인 생각이라며 공식 대응은 자제했지만 ‘실세’ 회장의 발언인 만큼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자리에서 “기업은행과의 합병이 현실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비공식적으로 기업은행에 물어봤는데 그쪽도 최선의 선택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다만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업은행의 특성상 (합병을) 제안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한 발짝 물러섰다.
이를 들은 기업은행은 화들짝 놀라 진의를 파악하느라 이날 밤늦게까지 분주하게 움직였다. 강 회장 발언이 금융당국 고위층과의 교감 아래 나왔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업계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15일 업무보고를 앞두고 있던 조준희(사진) 기업은행장도 오후 10시가 넘도록 퇴근을 미루고 정치권 동향을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업무보고 자리에서 예상치 못하게 산은지주와의 합병안이 거론돼 깜짝 놀랐다”면서 “현재로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산은금융 관계자는 “인수합병에 대해 여러 가능성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업은행과의 합병안은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저축은행 및 우리금융 민영화 등을 둘러싼 잡음이 커진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다시 국책은행과의 결합과 같은 방안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금융권 빅뱅을 앞두고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해 온 만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