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형제가족 9명 서해로 귀순
입력 2011-06-15 21:22
북한 주민 9명이 서해상을 통해 귀순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은 “지난 11일 오전 6시5분쯤 북한 주민 9명이 소형 선박을 타고 서해 우도 해상으로 넘어왔다”며 “이들은 귀순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은 남성 5명(어린이 2명), 여성 4명(어린이 2명)으로 황해도 내륙 지역에 거주하던 형제의 가족으로 전해졌다. 치밀한 준비를 통해 남하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는 관측이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우리 측 경계부대에 발견됐을 때 손을 흔들며 귀순 의사를 표시했으며, 경계부대는 이들이 타고 있던 선박을 육지에 정박하도록 유도했다. 이들은 현재 경기도 모처의 중앙합동신문센터에서 국정원 경찰 합참 기무사 등으로 구성된 합동신문조로부터 남하 경위와 이동경로 등을 조사받고 있다.
정부는 북한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측으로부터) 항의는 아직 오지 않았다”면서 “과거에 귀순 동기를 둘러싸고 (남북 간) 불필요한 공방이 계속됐다. 소모적인 논쟁은 불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2월 5일 남하한 31명의 북한 주민 중 4명이 귀순한 것을 두고 “귀순 공작이 있었다”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이들 귀순자를 직접 면담해 자유의사를 확인하겠다고 남측을 압박했었다. 이에 우리 정부가 “자유의사는 충분히 확인됐고, 귀순자와 북한 당국의 대면은 비인도적 처사”라고 일축하면서 한동안 남북 사이에 공방이 이어졌다.
북한의 최근 대남 강경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집단 귀순을 또 다른 대남 공세거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의 반응은 예측하기 어렵다. 상황에 따라 비난과 침묵을 오갔다”면서도 “이번에는 비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더욱이 북한이 베이징 남북 비공식 접촉 사실을 폭로하고, 일부 예비군 부대에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부자의 사진을 표적지로 사용한 것을 두고 군사보복을 공언한 상황이다. 이번 집단 귀순 역시 남측 공작으로 선전하면서 체제 결속 수단으로 삼는 한편 군사 도발의 빌미로 활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정부와 군 당국은 서해에서 우리 어선이 북한군에 나포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우리 정보 당국은 북한 주민 중 4명이 귀순한 뒤 북한군에 남측 어선을 나포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북한이 우리 어선을 나포해 장기 억류하며 나아가 북측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할 경우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 지난달 26일에는 북한 경비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하하다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 군은 우리 어선들에 주의를 당부하고, 북한의 어선 나포 시도에 대비한 경계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