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설계변경·공사비 과다 지급… 학교 인조잔디사업 ‘부실덩이’
입력 2011-06-15 17:47
서울 강동구 A초등학교는 지난해 7월 운동장에 인조잔디 공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공사를 진행하던 중 운동장 스탠드 길이가 잘못 측정돼 설계를 변경하게 됐다. 94m 길이로 계획했지만 설계도에 120m로 기록돼 있었던 것이다. 설계가 바뀌면서 공사비는 1000만원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교육청 담당자는 원래 계약금을 그대로 지급하고 설계 변경에 대한 기록도 누락했다.
동작구 B고등학교는 2009년 인조잔디 공사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공고를 냈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규정상 토목공사업 면허를 가진 업체와 계약해야 했다. 그러나 B고등학교는 토목공사업 면허가 아닌 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업체를 대상으로 공고를 내고 건축공사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인조잔디 공사를 시행한 서울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특정 감사를 벌인 결과 14개교에서 공사비 과다지급, 설계변경 누락, 업체선정 규정 위반,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고 규정에 어긋나게 공사를 진행한 경우가 29건에 달했다. 한 초등학교는 운동장 트랙을 규격인 13㎜보다 훨씬 얇은 2㎜ 두께로 포장했다. 공사업체를 계약할 때도 규정상 입찰을 실시해야 하지만 수의계약을 한 학교도 7곳이 적발됐다. 보증기간 내에 인조잔디가 바닥에서 떨어져나가는 등 하자가 발생했지만 보증보험 기관에 보수공사를 요구하지 않아 방치된 곳도 있었다.
시교육청은 A초등학교의 공사를 담당한 교육청 담당자와 B고등학교 행정실장 등 2명을 징계 처리하고 관련자 29명을 경고 또는 주의 처분했다. 낭비된 예산 4900여만원은 회수 조치할 방침이다.
인조잔디 조성 사업은 시교육청이 2006년부터 추진해 온 ‘다양한 학교운동장 조성 사업’의 일부다. 각 학교는 시교육청, 교육과학기술부, 체육진흥공단 등으로부터 예산 5억여원을 지원받아 공사를 실시한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조잔디 공사를 실시한 학교는 169곳이다.
감사를 담당한 시교육청 관계자는 “세부적인 매뉴얼이 없는데다 전문성이 없는 단위 학교에서 공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절차상 부실한 경우가 많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공사 과정에서 담당자가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