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제3회 기도컵 함부르크(KIDO CUP Hamburg)
입력 2011-06-15 17:32
지난 11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제3회 기도컵이 열렸다. 올해로 3회를 맞는 기도컵은 유럽 바둑인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바둑 축제. 최근 유럽에 슈퍼박테리아 감염자가 2000명을 넘어서면서 많은 사람이 모이지 못하리라는 우려와 달리 인터넷과 현장 접수를 통해 300명 이상이 참가했다. 기도컵은 최상위 그룹인 스위스리그, 일반부인 메인토너먼트, 여성부, 청소년부, 어린이부 등 다양한 계층의 바둑인 시합으로 아마추어만 참가할 수 있다.
모터사이클 특수 기능복으로 유명한 섬유 의류업체 기도산업의 박장희 회장은 아마 5단의 애기가. 4년 전 독일인과 결혼해 독일에서 바둑 보급에 힘쓰고 있는 윤영선 5단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유럽 바둑 보급에 관심을 가져 기도컵을 만들게 되었다. 일찍이 서구의 바둑 보급에 뛰어든 일본의 영향으로 현재 유럽에서 사용하는 바둑 용어는 일본어가 많고 일본 기사들이 더 유명하지만 세계 최강의 한국바둑을 알리고 바둑도 보급하기 위해 후원을 한 것이다.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열린 기도컵은 독일 함부르크의 하인리히 폴거스트 스쿨에서 진행됐다. 미국과 유럽의 바둑대회는 통상 학교를 빌려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개인 시합을 한다. 프로기사 다면기, 페어 대결, 바둑 강좌, 텍사스 홀덤, 체육대회, 바비큐 파티 등 다채로운 이벤트도 곁들여져 세계 각지에서 온 바둑인과 함께 생활하며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매년 장소를 옮겨 보름 정도 진행되는 ‘유럽 고콩글레스’는 평균 500명 이상의 바둑인이 참가하는 대회로 6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승부 위주의 딱딱한 시합이 주류인 한국 아마대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진정 바둑을 즐기는 축제로 꾸며진다.
협회에 회비를 내는 독일의 바둑 인구는 2000∼2500명이지만 바둑을 아는 사람은 2만∼5만명으로 추산된다. 아직까지 바둑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곳곳에 바둑 클럽도 생겨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기사들이 바둑 보급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인터넷 바둑이 발달돼 아마 5∼6단 정도의 실력자도 많아졌다.
또 바둑이 좋아 프로의 꿈을 안고 한국으로 유학 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직까지 프로제도는 없지만 독일인의 바둑에 대한 애정과 강해지고 싶어 하는 열정은 프로 못지않다. 시합이 끝나고 승리의 환호와 아쉬움의 탄식은 세계 어디를 가도 같은 풍경이다. 동양인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바둑이 이제 벽안의 독일인에게 사랑 받고 있는 것이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