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법원에 굴복한 국회 사개특위
입력 2011-06-14 17:51
법조개혁안이 사실상 좌초됐다. 검찰과 법원의 집단 반발과 로비, 여야 대립 등으로 인해 국회가 1년 4개월간 논의해 온 개혁안이 무산된 것이다. 법조계의 기관 이기주의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국회가 백기를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이어 또다시 사법개혁이 흐지부지됨으로써 여야 정치권은 국민적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는 엊그제 쟁점사항에 대한 막판 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이로써 여야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권 폐지, 특별수사청 신설, 양형기준법 제정, 대법관 증원 문제 등 4대 핵심쟁점을 더 이상 논의하지 않고 특위 활동을 이달 말 종료키로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나머지 사안은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으나 얼마나 많은 부분이 합의 처리될지 미지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내세울 만한 성과는 ‘전관예우 금지법’ 통과가 유일하다. 소리만 요란했을 뿐 결과가 도무지 신통치 않으니 이거야말로 용두사미다.
법조개혁안이 무위로 돌아간 것은 우선 검찰과 법원의 거센 반발 탓이다. 최대 관건은 대검 중수부 수사권 폐지였다. 지난 3일 검찰소위가 법제화에 합의했지만 저축은행 수사를 가속화하던 검찰이 정면으로 반기를 든 데다 청와대마저 부정적 반응을 보임에 따라 여권 기류가 바뀌면서 백지화됐다. 이렇게 되자 법원개혁에 초점을 맞춘 여당과 검찰개혁에 방점을 둔 야당의 주고받기 식 거래가 전체적으로 꼬이게 되면서 별다른 실속 없이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사법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적 여망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얽혀 이를 외면했다. 법조계의 파워에 두 손을 들고 굴복했다. 국회가 얼마나 무능하고 무기력한지를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다. 그럼에도 자성을 해야 할 여야는 책임소재를 둘러싸고 또다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지금도 동상이몽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사법개혁 문제를 내년 선거용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까지 엿보인다. 여야 정치권의 무책임과 뻔뻔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