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는데 왜 등록금 또 내나”… 해외에서는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 요구
입력 2011-06-14 17:27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해외 선진국의 대학 등록금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유럽 국·공립대의 경우 등록금을 거의 안 내는 곳도 많다. 그런데도 대학생들은 ‘등록금 투쟁’을 벌인다. 대학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근 등록금 인상으로 가장 몸살을 앓은 곳은 영국이다. 영국의 대학은 정부가 50% 이상 재정 지원을 하는 형태인 ‘정부 의존형 사립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영국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원 정도다. 하지만 영국 대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정부로부터 대출받고 취직한 뒤 연봉이 3780만원이 될 때부터 대출금을 상환한다. 30년 동안 상환하지 못하면 대출금은 탕감된다. 저소득자의 학자금 대출이자는 0%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영국 정부가 2012학년도 9월 신입생부터 연간 3375파운드(약 590만원)였던 대학 등록금 상한선을 9000파운드(약 1620만원)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대학생들은 런던 시내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였다. 최근 경기침체로 정부가 대학 지원 예산을 줄이면서 영국의 등록금은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 정부에서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점차 줄이고 있어 국·공립대 등록금이 오르는 추세다. 2009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대학 재정 지원을 감소하면서 캘리포니아주립대가 등록금을 32% 인상하기로 결정하자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버클리 캠퍼스 등에서 학생 시위가 이어졌다. 행정관, 강의실 등을 점거한 일부 학생들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독일은 주 정부에서 등록금을 걷고 있다. 하지만 16개 연방주 중 10개 주에서는 등록금을 받지 않는다. 함부르크 등 6개 주에서 2007년부터 연간 8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전국의 대학생들은 대대적인 시위에 나섰다. “주 정부에 세금을 내고 있는데 왜 등록금을 또 내야 하냐”는 것이다. 2009년 11월에는 50여개 대학의 10만명에 가까운 학생이 철야농성과 가두시위를 벌였다. 최근 일부 주에서는 등록금제를 도입하려다 학생 반발로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등록금 투쟁이 ‘개인의 과중한 부담’에 따른 것이라면 해외의 등록금 투쟁은 ‘정부의 지원 감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등록금 투쟁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도 차이가 있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학생들이 등록금 시위를 벌이면 ‘거리의 세력’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며 “외국의 경우 등록금 액수보다 고등교육의 역할과 정체성 문제로 사회적 논의가 이어지고 정부도 답변의 책임을 갖는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