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덫에 걸려…” 임상규 전 농림장관 유서 남기고 자살
입력 2011-06-14 00:46
임상규(62·사진) 전 농림부 장관이 13일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 전 장관은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로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대상이었고, 부산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로부터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받았다.
임 전 장관은 오전 8시10분쯤 전남 순천시 서면 동산리 선산 앞 도로에 세워져 있던 차량에서 숨진 채 사촌동생에 의해 발견됐다. 그는 12일 저녁 ‘선산에 간다’는 쪽지를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끊겨 실종신고가 접수된 상태였다. 차량 뒷좌석에는 ‘악마의 덫에 걸려 빠져 나가기 어려울 듯하다. 그동안 너무 쫓기고 시달려 힘들고 지쳤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차량 조수석에는 참숯과 화덕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임 전 장관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임 전 장관은 건설현장 식당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일 출국금지됐다. 유씨는 지난 4월 병보석을 허가받았다. 임 전 장관은 경북 지역 대형 공사 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얻을 수 있도록 담당 공무원을 소개해 준 대가로 유씨로부터 2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그러나 임 전 장관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임 전 장관은 또 부산저축은행에 본인 명의로 예치한 정기예금 5000만원을 지난 1월 28일 모두 인출해 영업정지 사실을 미리 알고 예금을 빼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대검 중수부는 지난 3일 임 전 장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2시간 동안 조사했다.
임 전 장관은 양쪽에서 진행된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임 전 장관이 검찰 수사로 괴로워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임 전 장관에 대한 수사 과정에는 문제될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임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함바 비리 등 검찰 수사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남 순천 출신인 임 전 장관은 행정고시 17회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기획예산처 예산실장과 과학기술부 차관, 농림부 장관 등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순천대 총장에 취임했다.
지호일 기자, 광주=장선욱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