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의사 전달부터 조율까지 ‘초스피드’… 손학규 대표 제안 안팎

입력 2011-06-13 21:45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청와대 측과 영수회담 시기 및 의제에 대한 조율을 이례적일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했다. 손 대표가 정장선 사무총장을 통해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회담 의사를 전달한 시간은 13일 오전 7시30분. 손 대표는 곧이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내용을 발표했고, 오후 1시45분부터 청와대 측과 조율이 시작됐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신임 인사차 국회로 손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다.

김 수석은 “사실 저희들이 (먼저) 좀 뵙자 그럴까 생각하고 있었다”며 “뭐 야당 대표님이 보자고 말씀하시니까, 더군다나 민생 걱정 하시면서 그러시는 건데 토 달 일이 없다”고 시원시원하게 말했다. 이에 손 대표는 “만나는 것 자체보다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담을 제안하면서 형식이나 이런 것은 버리고 우리의 정성과 진정성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했다.

양측이 모두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만, 일단 손 대표가 기선을 잡은 모양새가 됐다. 손 대표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입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이라는 형식을 통해 영수회담 거부를 선언했었다. 이 대통령을 ‘독재자’ ‘귀하’라고 지칭하고 “일말의 기대조차 접었다”는 극단적 표현까지 동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최고위에서 충분한 예우를 갖춰 “진실한 대화를 대통령과 나누고 싶다. 국민은 대통령이 잘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손 대표가 전격적인 제안에 나선 것은 강한 자신감과 함께 ‘이제 때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4·27 재보선 승리 이후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 반값 등록금 등 민생 문제를 둘러싼 여론의 위기의식이 극에 달했다는 점 등 영수회담 개최의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생 해결을 기치로 대통령과 직접 머리를 맞댐으로써 차기 대권주자 이미지를 강화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손 대표 측근은 “오직 민생 문제만 의제로 제안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거부할 명분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