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으면 “전·월세 걱정” 있으면 “이자 고통”… 기준금리 인상 후폭풍

입력 2011-06-12 23:43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월세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가뜩이나 전셋값이 높은 상황에서 또다시 금리가 인상되자 주택 구매 의욕이 더욱 꺾이면서 매매시장 침체와 전·월세가 상승이란 악순환이 심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특히 무주택자는 치솟는 전·월세가에 고통받아도 주택대출 금리가 무서워 집을 못 사고, 주택 소유자들은 치솟은 대출이자에 허리가 휘어도 탈출방법이 없는 집단적인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1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직접적인 충격 여파가 미치고 있다. 가뜩이나 전·월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집주인들이 전·월세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대치동 S공인 대표는 “금리가 인상되면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집주인들은 전셋값이나 월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 “전·월세 물량이 없기 때문에 집주인이 금리상승을 이유로 전·월세가를 올려 달라고 하면 세입자는 그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인 전세가율이 5월 말 60%에 육박하면서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제기됐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전세가율이 60%를 넘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세가율 60%’는 전세 수요자가 매매로 돌아서는 기준으로 인식됐지만 금리인상이 그런 전환 수요도 억제시키면서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국의 전셋값이 다시 오르는 추세여서 그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높은 대출이자를 부담하면서 집을 사느니 전셋값이 높아지더라도 그냥 견디겠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대출금리가 올라 주택 매매 심리가 위축되면서 여름철에 전세난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주택경기가 워낙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어서 전·월세 시장 외에 매매 시장에는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매매시장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 상황은 주택 소유 여부를 떠나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수도권 주민 10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집 문제와 관련한 가장 큰 고민거리로 55.6%가 전·월세가 상승에 따른 보증금 인상과 원치 않는 이사를 꼽았다. ‘거래 부진으로 인한 주택매도 차질’(20.0%)과 ‘대출상환 부담 증가나 대출 곤란’(16.3%)도 큰 걱정거리였다.

씀씀이도 크게 줄였다. 응답자의 41.3%는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답했고 32.3%는 실제로 지출을 줄였다고 응답했다. 특히 무주택자의 경우 지출을 줄였다는 응답 비율(42.8%)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31.2%)는 답보다 많았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전세 수요만 늘어 경제력이 취약한 무주택 서민과 경제활동의 주력계층인 30∼40대 가계에 심한 타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이용웅 선임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