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심신장애인 무조건 치료감호는 잘못”
입력 2011-06-13 01:04
통원치료가 가능한데 재범이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심신장애인을 치료감호소에 격리 수용하는 것은 현행 치료감호법상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심신장애인의 범죄행위를 무조건 치료감호로 대응하는 것보다는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해 다양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김시철)는 강도상해 혐의를 받고 있는 정신지체 1급 장애인 최모(27)씨에 대한 치료감호 청구를 기각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는 심신장애 상태에서 폭력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했고 충동조절 능력이 없어 약물 투여 및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입원치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통원치료가 더 바람직하다는 감정 의견이 제시된 만큼 감호시설 치료보다 다른 곳에서 진료받게 하는 편이 낫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치료감호는 당사자를 강제 수용해 자유를 박탈하는 제도”라며 “최씨가 통원치료를 받는 등 더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된 이상 치료감호를 선고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신장애인의 범죄에 대해선 법원이 당사자의 사정과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와 실효성 있는 처분을 할 수 있도록 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소년법은 14세 미만 형사책임 무능력자가 범죄를 저지르면 보호자에 의한 감호위탁, 보호관찰, 상담, 교육 등 다양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치료감호법은 치료감호가 시작된 지 1년이 지나야 법정대리인 등에게 외부 치료를 위탁할 수 있는 규정만 있어 좀더 다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취지다.
최씨는 지난해 7월 지하철 교통카드 충전소 앞에서 시민을 폭행하고 현금 14만원이 든 지갑을 빼앗으려 한 점 등을 이유로 검찰에 의해 치료감호가 청구됐다. 형법 10조 1항은 심신장애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치료감호법은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심신장애인에게 재범 위험성과 감호시설에서 치료받을 필요가 있으면 치료감호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