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음·하랑아! 배고픈 친구 위해 함께 뛰는 거야”… 컴패션 홍보대사 션 가족 등 ‘사랑의 레이스’
입력 2011-06-12 19:15
불혹에 접어든 컴패션 홍보대사 가수 션이 어린 딸과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10㎞나 달렸다. 완주에 성공하면 션을 응원한 100명의 팬과 함께 빈곤국가 어린이를 위한 양육비를 기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완주에 만족하지 않았다. 1시간여의 좋은 기록까지 냈다.
1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 평화의광장에서 하늘공원∼노을공원∼난지한강공원을 돌아오는 길. 군데군데 언덕과 1㎞가 넘는 비포장길 등 만만한 코스가 아니었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주최한 이날 러닝 페스티벌 ‘NB레이스’는 일반 마라톤 대회와는 달랐다. 상금도 없었다. 남녀 1위에게 오는 9월 미국에서 열리는 ‘리치 더 비치 참가권’을 주는 것과 경품으로 신발과 모자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주자들은 달리는 것 자체를 즐겼다. 5㎞ 지점을 앞두고 비포장길이 나왔다. 순간 하음(5)이와 하랑(5)이를 태운 2인용 유모차가 털털거리며 힘이 배로 들었다. 하지만 션은 처음의 속력을 잃지 않았다. 목표 지점을 1.5㎞ 정도 앞두고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혼자도 걷기 힘든 오르막이었다. 함부로 도와줄 수도 없는 터였다. 누구나 고민하는 순간 한두 사람이 유모차를 잡았다. 아름다운 반칙의 순간,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너무 힘들어 걷는 이도 있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 두 자녀들에게 ‘아빠가 밀고 가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장담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삶에도 굴곡과 장애물이 있을 테니 그 고비를 같이 동행해주고 헤쳐나가리라는 생각으로 달렸다.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도 잠시나마 걸을 수가 없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1시간3분57초’. 평소 그의 기록보다 20분 정도 모자랐지만 그보다 못한 이들이 수두룩했다.
레이스를 마친 뒤 션은 “숨이 목구멍까지 차고 팔다리가 저렸지만 속으로 ‘나는 아빠다’를 외치면서 끝까지 달렸다”고 말했다. 물부터 찾을 법한데도 그는 물병보다 아들과 딸을 먼저 챙겼다.
션은 현재까지 아이티 어린이 등 200여명을 돕고 있지만 그의 ‘후원 레이스’는 계속되고 있다(compassion.or.kr·02-3668-3400). 대회가 끝나자 세 가족은 서울 합정동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로 향했다. 션의 부인 정혜영은 이날 막내 하율이와 8월이면 세상으로 나올 뱃속 아기와 함께 집에서 남편의 완주를 위해 기도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