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SNS 시대의 오피니언 리더
입력 2011-06-12 17:43
고재열 시사인 기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 코미디언 김제동 김미화, 영화배우 문성근 김여진, 소설가 이외수 공지영, 조국 서울대 교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공연기획자 탁현민, 시사평론가 진중권, 의사 박경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에 새로 등장한 오피니언 리더들이다. 이들의 이름이 낯설다면 최신 여론에 둔감한 축에 든다고 봐도 좋다. 이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내는 의견은 SNS를 통해 무수히 재송신되면서 짧은 시간에 수십만명에게 전달된다. 이들을 좇는 수만명의 팔로어(follower)들은 젊고, 사회적 관심이 높으며, 변화에 민감하다는 특성을 공유하는 ‘새로운 군중’으로 형성되고 있다.
“난 오늘도 바람에 몸을 맡기고 흔들흔들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유영하며 다양한 생각을 수집하고, 때론 새로운 가능성의 징후를 발견하고는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이다.” 갤러리팩토리 디렉터인 홍보라씨가 묘사하는 새로운 군중의 초상이다.
여론은 의견들이 각축하는 가운데 대중의 공감을 얻어 형성된다. 여론 형성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이들을 오피니언 리더라고 부른다. 이들이 어떤 의견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여론의 향방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저녁마다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는 대학생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누가 이들을 모이게 했는가?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 분당이 뒤집혔는데, 분당의 20∼30대를 투표소로 이끈 건 무엇이었을까? 젊은 여성들의 투표 참여율이 높아지는 이유는 뭘까?
새로운 여론의 장이 열리고 있고, 새로운 오피니언 그룹이 등장하고 있으며, 새로운 군중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이런 의문들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렵다. SNS를 소통방식의 변화 정도로 이해해선 안 된다. SNS는 여론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일례로, SNS 여론에서 반값 등록금은 이미 ‘진리’다. 전통적인 오피니언 리더들이 ‘반값 등록금=포퓰리즘’이라고 아무리 비판해도 이들의 얘기가 SNS 세계에 침투하지 못한다. SNS 이용자들이 그들을 오피니언 리더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탁현민씨가 짧게 하는 한마디 “반값 등록금. 아무리 외부에서 선배들이, 시민들이 도와도 학생들 스스로 돕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이세요, 같이 자신을 위해 외치세요”가 여론이 된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