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팝, 파리 점령한 한국문화의 힘

입력 2011-06-12 17:43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철없는 유럽 젊은이들의 독특한 취향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래서 공연을 늘려 달라며 루브르궁 앞에서 벌이는 시위도 장난처럼 보였다. 한국문화가 유럽에 상륙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 전망은 모두 빗나갔다. K팝의 실체는 분명했고, 세계의 문화수도라는 파리에서 유럽인의 가슴을 흔들었다. 경이롭고 신선한 충격이자, 일대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주인공은 우리의 젊은 선남선녀들이다. 국내 최대의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 소속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에프엑스 등 5개 K팝 그룹은 10일과 11일(현지시간) 파리 제니트 공연장에서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에서 유럽 데뷔를 성공적으로 이뤄냈다. 프랑스는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세르비아 등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팬들은 공연 시작 4시간 전부터 장대비를 맞아가며 공연을 기다렸다가 K팝 스타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무대에 흠뻑 빠져들었다.

이 같은 한류의 형성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한국문화가 유럽에 진입하는 데 교두보 역할을 한 것은 영화다. 2000년 이후 칸 영화제는 한국영화를 비중 있게 예우했고, 2002년부터 임권택, 박찬욱, 전도연, 이창동 등 수상자를 잇따라 배출하자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영화라는 창을 통해 한국문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다가 드라마와 가요로 이어진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힘도 컸다. 유럽의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유튜브 등 SNS를 통해 한국 스타의 노래와 춤을 즐기면서 국경을 넘는 팬덤이 생기고 네트워크로 연결되기기에 이르렀다.

K팝이 파리에 거점을 마련하고 유럽 대륙과 교류의 장을 연 것은 문화경제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변방에 머물며 수입하기만 하던 한국문화가 진취적 기상을 뽐내며 주류로 우뚝 섰다 SM 대표의 말처럼 앞으로 인터넷상에서 1억회 이상 유료 다운로드 될 경우 경제적 효과도 엄청날 것이다. K팝이 앞으로 다른 장르의 발전까지 견인해 한국문화의 꽃을 피우는 데 앞장서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