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시험 간소화 첫날… 너도나도 합격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워요”
입력 2011-06-10 18:22
의무교육 시간을 단축하고 기능시험 항목을 대폭 줄여 간소화된 운전면허 시험이 10일부터 시행됐다. 전국 운전면허시험장은 면허를 쉽게 딸 수 있다는 소식에 달려온 응시자로 북새통을 이뤘다. 대부분 간단해진 면허시험을 반겼다. 그러나 미숙한 운전자를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 상계10동 도봉운전면허시험장에서 시험을 본 사람은 200명에 달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100여명의 두 배가 몰린 셈이다. 서울 대치동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의 응시자도 평소보다 두 배가량 많은 216명으로 집계됐다. 도봉시험장 권종율 면허지원부 과장은 “지난 몇 달 동안 참고 기다린 응시자들이 몰렸다”고 말했다.
간소화된 면허시험 제도에 따라 운전전문학원에서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 시간이 25시간에서 8시간으로 줄었다. 또 장내 기능시험 항목은 11개에서 2개로 대폭 감소했다. 방향전환(T자), 곡선(S자) 주행 등 어려운 기능시험이 빠지고 전조등 켜기와 돌발 시 급제동 걸기 등 간단한 기기 조작만 평가 받는다. 시험 구간도 700m에서 50m로 줄어 예전 14분 걸리던 시험이 3분 안에 끝났다.
시험이 간단해진 만큼 합격률은 크게 올랐다. 도봉시험장에서 오전 9∼10시에 응시한 20명 중 탈락자는 단 한 명이었다. 예전 탈락률은 30∼40%였다.
기능시험을 합격한 최준호(20)씨는 “이전에는 기능시험에서만 세 번 떨어졌는데, 오늘은 100점으로 합격했다”며 “너무 간단하고 쉬워 시험 보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수험생은 “도저히 떨어질 수 없는 시험”이라고 했다.
너무 쉬워진 시험을 되레 걱정하는 응시자도 있었다. 김수영(21·여)씨는 “일부러 10일까지 기다렸다”면서 “시험이 쉬워 좋긴 한데 막상 도로에서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걱정되고 무섭다”고 말했다.
의무교육 시간이 줄어 학원비를 내린 운전면허학원은 침울한 분위기였다. 서울 중계동 노원자동차 운전전문학원은 65만원이던 수강료를 35만원으로 낮췄다.
이 학원 박진구 부원장은 “경영이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지만 면허시험 제도가 너무 쉬워져 도로 운전에 미숙한 운전자가 양산될까 우려된다”면서 “기존 25시간 교육을 마쳐도 도로에서 운전하는 걸 불안해하는 수강생이 많았는데, 8시간 교육을 마치고 면허를 딴 사람이 운전을 하면 교통사고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