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조찬기도회 “십자가의 길 걷기 위해선 자기를 버리는 결단 필요”
입력 2011-06-10 18:29
“목사님, 예수님 잘 믿으시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가 10일 오전 서울 논현동 영동교회(정현구 목사)에서 연 6월 조찬기도회에서 이동휘(77) 전주 안디옥교회 원로목사가 던진 첫마디는 큰 울림을 줬다. 고(故) 한경직 목사가 평소 후배 목회자를 만날 때마다 권면했던 말씀으로 낯익은 메시지였다. 이 목사의 요청에 따라 림인식(노량진교회) 김명혁(강변교회) 원로목사, 주선애 장신대 명예교수, 이윤재 한신교회 목사 등 200여명의 참석자들은 옆 사람을 바라보며 ‘예수님을 잘 믿자’는 말을 건넸다.
이 목사는 기독교계도 일반사회와 다를 바 없이 변칙이 너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신앙이 많이 변질돼 위선의 껍데기를 벗기기가 너무 벅찬 시대라며 예수님의 말씀 한 구절을 소개했다.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느니라”(마 18:3)
이 목사는 이어 과분한 물질과 명예를 과감히 사양하는 목회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주택과 고급 승용차 등의 유혹도 과감히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명예를 좇는 지도자들에게 종국에는 모두 타락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목사는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33세에 모든 것을 이루고 다 내려놓으셨다고 했다. 그는 “십자가의 길을 밟는 길이 예수님 잘 믿는 것이라면 자기를 버리는 결단이 필요하다”며 “자기를 해체시키는 작업 없이 옛 사람과 욕정 그대로를 간직한 채 성직자의 길을 걷는 이가 없는지 자성해 볼 일”이라고 했다.
이 목사에 앞서 강단에 선 림 목사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관계를 전임자와 후임자, 선배와 후배, 형제, 부자(父子) 등 4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했다. 그는 “바울과 디모데는 그리스도의 한 피로 속죄, 구원의 새 생명을 같이 나눈 사이”라며 “바울이 믿음 안에서 디모데를 낳은 것처럼 원로목사와 담임목사는 믿음 안에서 영적인 부자 관계일 때 이상적이고 성공적이 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일제시대를 지나 공산주의 그리고 38선을 넘으면서 피란민 시절에 이르기까지 고달팠던 때를 회고했다. 그는 “고난의 밑바닥을 핥아보면 일종의 감미로움을 느낄 수 있다”며 “고통을 아는 사람만이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바로 알게 된다”고 했다. 주 교수는 ‘죽더라도 거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좌우명을 소개하는 것으로 말문을 닫았다.
이날 기도회에서 응답을 맡은 박삼열(인천송월교회) 목사는 “이 시대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멘토도 없이 거친 광야를 건너고 있다”면서 “주님의 몸이 자라듯이 우리 모두가 참된 멘토와 멘티가 되자”고 호소했다. 목회자들은 영동교회가 마련한 늦은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한 줄로 줄을 섰다. 구순을 바라보는 원로목사에게 서로 앞자리를 양보하며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글·사진=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