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닌텐도의 추락과 스마트폰
입력 2011-06-10 17:36
불과 지난해까지만 해도 초등학생 두 아들들에게 원하는 선물이 뭐냐고 물으면 ‘닌텐도 DS’나 ‘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구동성으로 스마트폰이다.
일본의 게임기 업체 닌텐도는 원래 화투와 트럼프를 만들던 가족 기업이었다. 1940년대 장난감 개발로 눈을 돌리면서 게임기 업체로 변신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이후 굴곡이 있긴 했지만 세계적인 업체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고정관념을 깨는 독창성이었다.
닌텐도의 첫 휴대용 게임기는 1980년에 나온 ‘게임 앤드 워치(Game & Watch)’였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놀고 있는 사람을 보고 영감을 얻어 개발했다는 이 게임기는 평소에는 알람기능이 있는 시계였다가 심심하면 게임도 즐길 수 있다.
닌텐도가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선보인 ‘패미콤’이라는 비디오 게임기를 선보이면서부터다. ‘슈퍼마리오 브러더스’라는 게임 타이틀은 지금까지도 비디오 게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장으로 위기를 맞은 닌텐도는 또 한번 발상의 전환을 한다. 그 결과물이 닌텐도 DS와 위다. 타깃은 평소 게임을 즐기지 않던 사람들까지로 확대했다. 게임기는 어른들은 갖고 놀지 않는다는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코다 미네오 대표는 몇 년 전 한국을 찾아 “닌텐도의 전략은 게임인구의 확대”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누구에게도 적대시되지 않는, 특히 어머니에게 미움 받지 않는 게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요즘 닌텐도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2008년 닌텐도 DS의 전 세계 흥행으로 정점을 찍은 실적은 이후 계속해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엔 영업이익이 반 토막(52% 하락) 났다. 원인은 바로 통화에 인터넷도 하고 게임까지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현 때문이다. 언제나 혁신적인 제품으로 승승장구해 왔던 닌텐도가 역시 고정관념을 깬 스마트폰에 당한 격이다.
닌텐도는 올 초 맨눈으로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는 ‘닌텐도 3DS’를 출시했다. 이어 지난 7일 미국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에서 닌텐도 위의 후속 ‘위 U’를 선보였다. 공개된 컨트롤러는 카메라가 달리고 모양은 태블릿PC를 닮았다. 혁신이 아닌 흉내로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맹경환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