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갈등] ‘취업’이냐 ‘등록금’이냐… 절박한 대학가의 두 얼굴
입력 2011-06-10 20:51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가 9일 서울 광화문에서 12일째 계속됐지만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들의 도서관에는 빈 자리가 없었다. 반값 등록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촛불집회는 남의 일처럼 대하는 대학생도 적지 않았다. 지금 대학사회는 ‘등록금과 취업준비 중 어느 것이 더 절박하냐’는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날 오후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로 가득 찼다. 생명과학부 2학년 김해동(19)군은 “반값 등록금 투쟁도 결국 우리가 잘되려고 시작한 것 아니냐”며 “그러려면 일단 시험을 잘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일 밤 주요 대학 도서관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10시쯤 찾아간 연세대 중앙도서관 내 5개 열람실은 만석이었다. 열람실 안에는 다른 학생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숨죽여 카펫 위를 걷는 학생들의 걸음소리 외에는 소음이 없었다. 열람실 앞 좌석배정기 화면에는 모든 열람실의 빈 좌석 수가 ‘0’을 나타냈다. 많은 학생이 빈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며 배정기 앞을 서성거렸다.
도서관에서 만난 생명공학과 2학년 전종민(24)씨는 “비싼 등록금보다 우리를 더 압박하는 것은 졸업 후 진로와 취업 문제”라며 “등록금 인하 운동에 심정적으로 동감하지만 지금은 기말고사 준비로 다른 활동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과학도서관도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로 꽉 찼다. 이모(27)씨는 “중간고사 때는 점심 전에 오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오전 중 모든 열람실이 가득 찬다”며 “기말고사에 인턴십 지원 기간까지 겹쳐 무척 힘들다”고 말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낮은 일부 대학 학생들도 등록금 인하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분위기다.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는 10일 집회에는 참가하지만 동맹휴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등록금 인상률이 1%로 다른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싸기 때문에 반값 등록금 열풍에서 비켜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서강대 숙명여대 이화여대에서는 동맹휴업 찬반 투표가 계속됐다. 숙명여대는 이날까지 재학생의 41%(4400여명)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는 투표 마감일을 10일로 연기하기로 했고, 서강대와 숙명여대도 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 중이다. 이들 총학은 동맹휴업안이 부결돼도 10일 집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최승욱 이용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