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도 막막한데… 대학생 스펙 필수품 국제자격증 1회 응시료 100만원 ‘훌쩍’

입력 2011-06-08 18:10


취업을 위한 좋은 ‘스펙’(자격 조건)을 쌓기 위해 1회 응시료가 100만원이 넘는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이 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나 외국계 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는 대학생은 고액 응시료의 외국 자격증 취득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은 연 1000만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에 자격증을 따기 위한 취업 사교육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자격증은 국가 자격, 민간 자격, 외국 자격으로 나뉜다. 그 가운데 민간 자격증과 외국 자격증이 대학생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응시료가 비싼 데다 이를 준비하기 위한 학원비도 고액이기 때문이다.

민간 자격인 신용위험분석사(CRA) 1회 응시료는 13만원이다. 학원비는 월 20만∼30만원이다. 좋은 스펙을 갖추기 위해 2∼3개 자격증을 준비하면 응시료와 학원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외국 자격증은 1회 응시료만 100만원을 넘기는 것이 수두룩하다. 재무위험관리사(FRM) 응시료는 1200달러로 132만원에 달한다. 공인 대안투자분석사(CAIA)도 1회 응시료가 1400달러(154만원)다. 한번 시험으로 붙는다는 보장이 없어 취업준비생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미국 공인회계사(AICPA)는 1회 응시료가 100만원을 넘는 데다 한국에서 시험을 치르지 않아 미국이나 미국령 괌 등에 가는 여행 경비까지 추가해야 한다.

미국 공인회계사를 준비하는 연세대 경영학과 4학년 노모(25)씨는 8일 “외국계 투자은행 취업을 준비 중이라 미국 회계사 자격증이 필요하다”면서 “학원비까지 포함해 500만원 정도를 지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회사에 취업한 장모(27)씨는 3, 4학년 때 국제재무분석사(CFA)와 재무위험관리사(FRM) 자격을 연달아 취득했다. 장씨는 등록금을 빼고 자격증 응시료와 학원 수강료로 400여만원을 썼다. 장씨는 “아버지가 수입이 많지 않은 공무원이라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좋은 곳에 취직해 갚겠다고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공계 학생들도 ‘스펙 쌓기’에 부담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딸 예정인 이모(25·인하대 컴퓨터공학과)씨는 “IT 업체에 취업하려는데 자격증이 없으면 면접관이 결격사유라도 있는 것처럼 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씨는 부모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해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원비를 충당했다.

고가의 외국 자격증이 취업에 유리한 현상에 대해 대학생들은 “결국 돈 있는 학생이 좋은 곳에 취업하고, 돈 없는 학생은 자격증도 따기 힘든 악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4학년인 최모(27)씨는 “1년에 1000만원 가까운 등록금도 문제지만 취업 사교육비를 절약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