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정상가격에 줬어도 과세

입력 2011-06-08 22:01

정부는 모회사가 자녀 등이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에 정상가격(시장가격)으로 일감을 몰아줬어도 과세를 하기로 했다. 사실상의 증여행위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녀회사의 매출액 가운데 몰아준 일감에서 발생한 매출 비중에 따라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8일 “정상가격에 일감을 줬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증여이기 때문에 자녀회사에 증여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감 몰아주기 자체가 증여 행위라고 보는 것이 국민 정서”라며 “비정상가격에 거래를 할 경우 현재 법인세를 매기는데 여기에 증여세도 부과하고, 정상가격에도 증여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비정상가격으로 일감을 몰아줬을 경우 법인세법의 ‘부당행위계산의 부인’ 조항에 따라 모회사에 법인세가 부과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지원 행위 여부를 판단해 모회사에 과징금 등 제재를 가한다.

그러나 정작 일감을 받아 재산을 증여받는 자녀회사에 대해서는 과세 기준이 없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정상가격, 비정상가격 여부에 상관없이 증여세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증여가 이뤄졌다면 형식에 관계없이 과세할 수 있다는 포괄주의를 적용하는 셈이다. 증여세 포괄주의는 2004년 도입됐지만 구체적 징세 방안이 없어 적용된 사례는 없다.

또 재정부는 전체 매출에서 모회사로부터 받은 일감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를 따져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체 매출 가운데 그룹 혹은 계열사에서 몰아준 매출이 절반 이상 또는 70% 이상일 경우 몰아준 매출에서 발생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재정부와 국세청은 오는 8월까지 관련 법안을 마련해 9월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김찬희 조민영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