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대출 차별’ 심하네… 저신용자들엔 비싼 금리, 주택담보는 싸게
입력 2011-06-06 22:07
회사원 이모(35)씨는 올 초 결혼과 동시에 집 장만을 위해 주택담보대출(1억5000만원)을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은행측은 이씨가 4년간 연봉 4000여만원을 받아왔지만 과거 신용을 문제 삼아 주택담보대출로 6000만원을, 나머지는 신용대출을 권했다. 금리차가 2% 포인트가량 났지만 울며겨자먹기로 이씨는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은행들이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나 중소기업들에 대한 대출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올 들어 서민을 위한 신용대출은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했고,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간 금리차도 32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새로 취급한 가계대출 가운데 신용대출의 금리는 연평균 6.67%로 전월보다 0.09% 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0.86% 포인트 급등했다. 반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4월 평균 4.88%로 전월보다 0.01% 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이들 금리차는 1.79% 포인트로 통계 작성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금리차가 커지는 원인 중 하나는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다. 특히 자금이 풍부한 은행들은 무담보로 대출을 받고자 하는 저신용자에게는 비싼 금리를, 우량고객이나 주택담보대출자들에게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업대출 간 금리차도 확대됐다. 4월 중소기업대출 금리가 5.97%로 두 달 새 0.05% 포인트 올랐다. 반면 대기업대출 금리는 5.36%로 0.14% 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이들 대출 간 금리차는 0.61% 포인트로 전월보다 0.34% 포인트 확대됐다. 2008년 8월 0.64% 포인트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또한 4월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3.10% 포인트로 4년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먼저 올려 수익성을 확보한 뒤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