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군부 연일 “도발” 협박… 우려 증폭
입력 2011-06-06 22:04
군사적 모험 가능성 있나
북한이 남한 당국과 관계 단절을 선언한 가운데 무력 도발을 공언하고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협박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북한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가 전면에 나서 경고하고 있고, 이는 북·중 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의 정리된 메시지라는 측면에서 과거 협박 사례와 질적으로 다르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도발을 감행하기 쉽지 않은 여건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북한 군부, 전면으로=북한은 6일에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얼굴사진을 예비군 표적지로 사용한 사실을 빌미로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평양방송 등 북한 매체들이 총동원됐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국방위와 총참모부(우리의 합참에 해당)가 전면에 나섰고, 대화와 협상을 관장하는 통일전선부나 외무성의 목소리는 쏙 들어갔다는 점에 주목한다. 특히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여과 없이 폭로해 대남 공격 소재로 삼은 점은 외교관계를 중시하는 협상파의 입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시사한다.
대남 정책의 키를 장악한 군부는 내년 ‘강성대국 진입 원년’을 맞아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원조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분석이 유력해지면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군부 입장에서는 만약 미국과 국제사회의 식량지원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북·중 경협도 지지부진할 경우 상황 타개책을 찾아야 한다. 이 경우 군부 특성상 군사적 모험으로 기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대화와 도발이라는 두 가지 선택지를 쥐고 있다가 하나(대화)를 버려 도발만 남은 형국”이라고 말했다.
◇도발, 쉽지 않아=실제로는 도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일단 미국이 로버트 킹 대북인권특사를 북한에 보내 식량 상황을 조사케 하는 등 사실상 대북 식량지원 수순에 들어갔고, 유럽연합(EU)의 식량평가단도 6일 방북해 식량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북한이 내보낸 일련의 대남 강경 메시지가 실제 도발보다는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체제를 결속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북관계를 파탄내 남한이 입안한 남북→북미→6자회담으로 이어지는 3단계 접근법에 균열을 가하고, 6개월 동안 억류했던 한국계 미국인 전용수 목사를 석방하는 등 전형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이 북한에 “모험하지 말라”며 외교무대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의 도발 움직임에 제동을 건 점도 북한에는 큰 부담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군은 현재 모내기 전투에 매진하고 있고, 김 위원장 역시 현지지도를 하고 있는 등 특이동향도 없다”면서 “무력 도발에 따르는 실익이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