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 10회 나달, 전설이 되다

입력 2011-06-06 22:07

테니스 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25·스페인)이 마침내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6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에서 끝난 2011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에서 로저 페더러(3위·스위스)를 3대 1로 물리치고 통산 6번째 정상에 오른 것. 2005년부터 이 대회에 출전한 뒤 2009년을 제외하고는 6번 모두 우승했다. 6회 우승은 1970년대 스타 비외른 보리(스웨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 대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이다. 나달은 또 메이저 대회 우승 횟수를 10개로 늘였다. 이 대회에서 6회, 윔블던 2회, 호주오픈과 US오픈에서 한 번씩 우승했다. 통산 두 자릿수 메이저 우승은 나달이 7번째다. 나달에 앞서 메이저 10승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페더러(16회), 피트 샘프러스(14회·미국), 로이 에머슨(12회·호주), 보리(11회), 로드 레이버(11회·호주), 빌 틸덴(10회·미국) 등이다.

이 중 나달보다 어린 나이에 10승을 채운 선수는 보리가 유일하다. 나달이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기에 충분한 이유다. ‘테니스의 황제’로 불리는 페더러 조차 나달보다 6개월 늦게 10승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나달은 우승 후 “나는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는 아니고 최고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며 몸을 낮췄다. 나달은 또 “보리와 비교가 돼 영광”이라며 “전 세계 테니스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선수와의 결승에서 이겨 기쁘다”고 보리, 페더러에 대한 예의를 갖췄다.

지난 해 이 대회 결승에서 페더러를 꺾고 세계 1위에 올랐던 나달은 이번 우승으로 당분간 세계정상을 지키게 됐다. 패배를 모르던 노박 조코비치(2위·세르비아)가 결승에 진출했다면 결과와 상관없이 1위를 내주게 돼있었지만 준결에서 페더러가 조코비치를 물리친 덕분에 한숨 돌렸다.

나달만 만나면 고개를 숙이는 페더러는 “늘 그렇듯이 나달은 클레이코트에서 최강이었고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인 셈”이라며 담담히 패배를 받아들였다. 페더러는 나달이 아닌 선수와의 메이저대회 단식 결승에서는 14승1패를 기록했지만 나달을 상대로는 2승6패에 그치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 6패 가운데 4번이 프랑스오픈이다. 나달은 ‘클레이코트의 황제’ 답게 프로통산 46번째 단식 우승 가운데 32번을 클레이코트에서 이뤄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