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노래에 묻힌 연평도, 모처럼 웃었다…가수 김장훈-대학생 자원봉사단 ‘연평 아리랑’ 음악회

입력 2011-06-06 00:50

북한의 포탄이 날아왔던 연평도에 평화의 하모니가 울려 퍼졌다. 대학생 자원봉사단 ‘V원정대’와 가수 김장훈씨가 공동 주최한 콘서트 ‘연평 아리랑’이 5일 오후 7시 인천 옹진군 연평면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첫 무대는 이화여대 국악 앙상블이 잔잔한 선율의 가야금 연주로 장식했다. 가수 LPG와 이화여대 첼로 12중주팀 ‘이화첼리’, 지난해 유엔 평화메달을 수상한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의 무대도 이어졌다.

김장훈씨 무대에 오르자 음악회의 열기는 절정에 달했다. 그는 자신의 히트곡을 연달아 부르고 특유의 화려한 무대 매너로 분위기를 달궜다. 광운대 로봇 동아리 ‘로빛’이 함께 퍼포먼스를 펼치며 흥을 더했다. 이들은 모두 출연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피날레는 피격의 상처를 딛고 일어난 ‘연평 어린이·청소년 합창단’이 장식했다. 이들은 한 달을 꼬박 연습한 ‘아리랑’과 ‘도레미송’ 등의 노래를 불렀다. 서해바다의 석양 속에 울려 퍼진 해맑은 목소리가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셨다. 최한별(13)양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함께 연습했던 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5월 출범해 1만6000여명이 활동하는 V원정대와 연평도 청소년의 만남은 피격 직후인 지난해 11월 말 이뤄졌다. V원정대는 연평도 주민이 임시 피난소처럼 묵었던 인천의 찜찔방에 배식 봉사를 하러 갔다가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 V원정대는 이후 미라클 산타 크리스마스 프로젝트, 청소년 공부방, 자선 바자회 등을 열며 만남을 이어갔다. 피격 공포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연평도 어린이들 입가에 언제부턴가 다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V원정대는 상처받은 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노래를 가르쳤다. 김장훈씨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지난달 7일 합창단이 결성됐다. 김장훈씨는 “V원정대의 진정성에 반해 공연을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평도 곳곳에서는 영화 상영과 자전거 행진 등 행사와 마을잔치도 열렸다. 포격 희생자를 추모하고 주민·군부대를 격려하는 시간도 가졌다. 6개월 만의 평화로 연평도 주민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주민 박미경(45·여)씨는 “앞으로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V원정대 김상민 대표는 “연평도 어린이들에겐 다른 어떤 것보다 평화로운 일상이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이번 행사가 피격 이후 줄어든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연평도 재건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평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