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주간 기도문-부활의 절기 맞아]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옵소서

입력 2011-04-21 18:10


사랑의 하나님.

주님을 찬양합니다. 저희를 살피셔서 여기까지 이르도록 도우심을 감사드립니다. 이제 연약한 몸을 주님께 의지하오니 언제나 한결같은 사랑으로 인도하셨듯이 늘 주님의 사랑 안에 머무르게 하옵소서.

새 봄, 부활의 절기를 맞았습니다. 돌아보면 우리는 십자가 아래 서 있던 죄인의 모습입니다. 주님을 원망하고 모욕했던 그들과 다를 바 없음을 용서하옵소서. 그럼에도 주님의 보혈로 구원 받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바라기는 하나님 앞에 설 때까지, 금 같은 믿음을 지키며, 빈 무덤의 순결한 신앙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게 하옵소서.

진리의 주님.

오늘 우리 사회는 부활의 벅찬 소식을 외면한 채 여전히 냉소와 의심에 붙잡혀 있습니다. 교회의 모습을 볼 때도 송구함뿐입니다. 입술로만 믿음을 고백할 뿐 여전히 어둠에 머물러 부활의 새벽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말만 신앙을 자랑할 뿐 손바닥의 못 자국과 허리의 창 자국을 두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서야 살아계신 주님을 확인하려는 불신앙은 없습니까.

살아계신 주님,

이제 우리의 잠자는 신앙을 깨워 주옵소서. 감동과 감격 없이 살아가는 불신앙을 깨워 주옵소서. 이제 영광의 주님, 성공의 주님만을 바라며 살던 우리 모습을 후회하고, 부활하신 주님과 나를 부르신 벅찬 갈릴리 땅으로 나아가게 하옵소서. 거기서 주님을 뵈옵고 나를 택하여 부르신 그 첫사랑을 회복하게 하옵소서.

한국 교회가 짊어져야 할 십자가를 지게 하옵소서. 교만함을 버리고 발을 씻어주신 주님처럼 우리도 겸손과 봉사의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부유함이 아니라 빵과 포도주를 나누신 주님처럼 나눔의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끝까지 사랑하신 주님을 본받아 이 땅에서 모든 연약함을 사랑하고 돌보는 참 생명의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생명의 하나님.

교회가 주님의 본을 따르게 하옵소서. 자신을 몸소 내어주신 비움의 주님, 화해와 용서를 가르치셨던 평화의 주님, 내 뜻보다 아버지의 뜻을 목숨으로 따랐던 순종의 주님, 어린 아이와 장애인 그리고 버림받고 가난한 사람들 틈에서 하늘의 행복을 가르치신 나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게 하옵소서.

우리 민족과 이 사회에도 구원의 기쁨을 허락하옵소서. 계층 간에, 세대 간에, 지역 간에 화해와 통합의 사건이 있게 하옵소서. 굳게 닫힌 남북 사이에도 화해와 평화의 봄기운이 훨훨 불게 하옵소서. 재앙을 겪는 일본의 아픔을 헤아리시고 전쟁과 테러, 가난과 학대로 고통을 겪는 지구 곳곳의 인류에게 하나님의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이 아름다운 봄의 햇살처럼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이 깊어지고 영글게 하옵소서. 부활하신 나의 주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신경하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 전 감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