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돈 신부가 말하는 ‘성공회의 성공 요인’… 포용·공동체성 중점 초대교회 길 걷는다

입력 2011-04-18 17:59


성공회(聖公會·Anglican Church)는 어떤 교회일까. 개신교라고는 하는데 너무 엄숙한 게 오히려 가톨릭교회에 치우친 교회는 아닐까. 영국 국교회가 어떻게 전 세계에 정착할 수 있었을까.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 교회가 성공회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일까.

최근 국내에서 열린 미주 한인 성공회 협의회 연차 모임을 위해 방한한 주인돈(49) 신부와 인터뷰하기에 앞서 품었던 질문들이다. 그는 성공회 안내서라고 불리는 신간 ‘성공회, 열린 교회로의 초대’(푸른솔)의 저자이기도 하다. 서울교구, 토론토교구를 거쳐 지금은 미국 성공회 소속으로 시카고교구 한마음교회를 15년째 섬기고 있다.

그는 책 서문에서 “캐나다와 미국 성공회 교회에서 목회하면서 끊임없이 ‘성공회란 무엇인가’에 대해 되물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그때그때 기록한 ‘성공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들이다.

주 신부에 따르면 성공회만큼 성서적인 교회도 드물다. 청교도의 신앙이 영국 성공회에서 나온 점을 예로 들었다. 존 스토트, C S 루이스, 앨리스터 맥그래스, 톰 라이트가 모두 성공회 소속으로 수많은 국내 독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성공회에서는 철저히 교회력을 따라 설교가 이뤄진다. 교회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대림절로부터 시작해 성탄절, 고난주간, 성령강림절로 이뤄진다. 따라서 해를 거듭하다 보면 예수님의 생애와 교훈이 자연스럽게 교인들의 삶에 도전을 줄 수밖에 없다. 이 같은 ‘반복의 영성’은 기도생활에서도 이어진다. 아침과 낮, 저녁, 밤중 등 하루 네 번의 기도를 반드시 공동기도문으로 하게 돼 있다. 주 신부는 “다른 교파들이 대부분 개인의 신앙과 훈련에 따라 신앙이 좌우되는 반면 성공회는 반복하는 영성을 통해 공교회(公敎會)의 틀 속에서 개인의 신앙을 형성하고 있는 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공회가 성서적인 교회라는 점도 강조했다. 킹제임스역(KJV), 개정표준역(RSV) 등의 성경이 모두 영국 성공회를 통해 나왔다는 것이다. 매일 새벽에 드리는 성찬예배, 부제(집사) 사제(장로, 목사) 주교(감독)로 구성된 성직제도 역시 철저히 성경과 초대 교회의 전통을 따른 것이라고 했다.

영국 성공회는 헨리 8세가 1529년 의회를 소집해 가톨릭교회로부터 영국 교회 독립을 승인하면서 시작됐다. 성공회의 수장은 영국 여왕이고, 성공회 최고의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는 영국 여왕이 임명한다. 하지만 성공회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철저히 존중하고 따른다.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가 로마 가톨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널리 퍼진 이유이기도 하다.

성공회는 민주적이고 공동체적인 제도와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 주교 본인의 독단적인 판단이나 영성에 따라 교회 사무를 집행할 수 없다. 평신도들로 구성된 위원회의 결정을 집행하고 자문을 구하는 체제다. 그렇지만 주교의 설교권이나 교리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한다. 주 신부는 “교회법은 교회공동체의 지혜이고 역사적 경험의 유산”이라며 “한국 교회의 구성원들도 교회법을 존중하고 따를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고 밝혔다.

성공회는 포용을 강조한다. 성공회 창립 당시 벌어지고 있었던 신·구교 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경험한 탓이다. ‘제3의 길’이라는 정치 슬로건이 영국에서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주 신부는 “그러나 합리적이기보다는 양 극단에 치우치기 쉬운 한국인의 기질적 특징 때문에 성공회는 한국 사람과 잘 맞지 않는다는 오해도 있는 듯하다”며 “국내 성공회 교세가 약한 것이 그 증거 아니겠느냐”고 웃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일부 개교회 목회자들의 윤리문제와 전횡, 교회와 목회자 간 갈등과 분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성서와 초대교회를 통해 교회 본래의 모습을 회복해야 할 한국 교회에 성공회는 하나의 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글=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 사진=신웅수 대학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