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단체 최초의 여성 전무이사 탁구협회 현정화씨 “탁구계 ‘변혁’ 命받았습니다”

입력 2011-03-18 18:00

다소 거칠기도 한 경기단체의 살림살이를 도맡고 선수를 훈련시켜 국제대회 메달을 준비하는 것. 중앙경기단체 전무이사의 일이다. 그런 만큼 리더십은 물론이고 능력과 정치력까지 필요로 한다. 서로 맡으려고 경쟁도 치열해 혹자는 ‘대권 경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전무이사에 여성이 처음으로 발탁됐다. 성공한 탁구선수에서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뒤 최근 대한탁구협회 전무이사를 맡게 된 현정화(42)씨다.

“무기력증에 빠진 탁구계에 변화를 주라는 탁구인들의 염원 때문에 임명된 것 같아요. 여성인 제가 전무이사가 된 것이 이미 변화가 진행됐다는 의미 아닐까요.”

탁구는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는 질책을 듣는다. 중국에 이어 늘 2위는 해왔지만 최근 들어 중국계 선수들이 전 세계로 흩어져 세계대회에 나오면서 한국은 4강 유지도 힘들었다.

현 전무는 뒤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려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차세대 유망주를 준비시키는 것이 자신의 1차 임무임을 잘 알고 있었다. 또 탁구종목이 국민에게 사랑받아 탁구인들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힘쓰는 것도 자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감독 전임제도 그의 전무이사 임명과 함께 시작됐다. 소속팀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대표선수 관리만 하는 전임제는 그가 오랫동안 주장해온 변화의 결과다.

“변혁은 저 혼자 할 수 없어요. 잘 있던 소속팀에 사표를 내고 남녀 대표팀 감독으로 합류한 유남규, 강희찬 감독이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프로리그가 출범하도록 기초 작업하는 것도 그의 목표다. 기한은 3년 내로 잡았다. 탁구대회는 학생대회라도 TV중계가 되도록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변화를 위해 그는 한국사회에서 꽤 지명도 높은 자기 자신을 내놓기로 했다. TV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미디어에 노출빈도가 잦을수록 탁구의 인기는 비례한다고 믿는다.

“선수 은퇴 후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꼬박 9년을 대표팀 코치와 감독생활을 해왔어요. 애들한테는 0점 엄마지만 그간의 고통을 탁구에서 보상 받고 싶어요.”

탁구 경기장을 파티장 같은 분위기로 만들고 싶은 것이 그의 마지막 소망이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박수 받고, 관중과 선수가 하나가 되는 그런 곳으로 만들고 싶다. 그가 바라는 변화된 탁구계는 과연 이뤄질까. 가족들과 함께 20년째 교회(소망교회)에 출석하는 그의 기도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