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해외 영토 넓힌다] 시범생산 3개월 만에 고품질 PVC 양산 ‘닝보의 기적’
입력 2011-03-08 22:49
(9) 한화케미칼 중국 닝보 공장
커다란 파이프와 탱크로 구성된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포대에 담긴 폴리염화비닐(PVC)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창고에 착착 쌓인다. 지게차는 창고에 쌓인 PVC를 끊임없이 실어 나른다. 이곳은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다셰(大?)특별구의 한화케미칼 PVC공장이다.
◇한화 닝보PVC공장은 기적의 공장=한화케미칼의 닝보 PVC공장은 ‘기적의 공장’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 21일 시범 생산을 시작한 이후 3개월도 안 돼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시범생산에서 상업생산까지는 6개월 정도 걸린다.
시운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된 PVC 품질은 뛰어나다. PVC 품질은 이물질의 수와 투명도 등으로 판단하는데 닝보공장의 PVC 품질은 중국 내 150여개 공장의 생산품 중 2∼3위권이다. 화학공장 특성상 가동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최고 품질에 도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빠르게 정상궤도에 진입한 셈이다. 한상흠 법인장은 “현재 품질 1위 업체는 10년째 공장을 돌리고 있는 대만의 포모사지만 하반기가 되면 우리가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품질의 비결은 기술력에 있다. 중국 경쟁업체들의 80%는 석탄에서 추출한 카바이드를 원료로 하는 구식 공법을 쓴다. 반면 한화케미칼은 에틸렌을 주원료로 하는 에틸렌 공법을 통해 경쟁업체보다 고품질의 PVC를 생산한다. 특히 카바이드 공법으로 PVC 1t을 생산하려면 7.6㎿의 전력이 필요하지만 한화 공장에선 0.5㎿면 같은 양을 생산할 수 있다. 때문에 카바이드보다 비싼 에틸렌을 원료로 쓰면서도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리는 중국 정부도 친환경 저전력인 닝보공장에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셰특별구의 총책임자인 채희량 주임은 “친환경 에너지 절감형 공법을 쓰고 있어 중국이 지향하는 방향과 부합된다”며 “앞으로도 한화와 관련된 사항에 지속적인 협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닝보 공장에서 생산된 PVC는 저장성을 포함한 상하이(上海), 장쑤(江蘇)성 등 화동지역과 푸젠(福建)성, 광둥(廣東)성 등 화남지역 등 중국 내 플라스틱 가공산업이 발달한 지역에 전량 판매된다. 이들 지역에서 고품질 PVC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100만t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닝보공장에서 매일 생산되는 25㎏짜리 PVC 4만 포대는 중국 플라스틱 업체들에게 단비 같은 존재다.
현재 닝보공장은 100% 가동되고 있지만 중국 내 공급부족이 심각하다보니 한화케미칼은 벌써 2차 공장 증설 계획을 세웠다. 내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2015년 연간 생산량을 80만t까지 늘릴 방침이다. 2차 증설이 완료되면 한화케미칼은 세계 5위권 PVC 생산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기적은 없다. 노력이 있을 뿐=기적의 뒷면엔 한화케미칼의 전사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우선 최적의 공장 입지를 선택하기 위해 수년에 걸쳐 조사를 거듭했다. 그러던 중 폴리우레탄 등의 원료인 MDI를 생산하는 중국 화학업체 ‘완화(万華)’가 부산물인 무수염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한화케미칼은 완화 공장 바로 옆에 에틸렌과 무수염산을 혼합하는 공정을 적용한 공장을 지었다. 덕분에 완화는 무수염산을 손쉽게 처리하게 됐고 한화는 싼 가격에 무수염산을 공급받는 윈윈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완화는 중국 정부가 3년마다 수여하는 기술대상 수상기업이라 중국 정부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있다. 완화에 대한 관심은 한화케미칼 공장 건설 과정에도 반영됐다. 한화 공장이 빨리 건설될수록 완화의 골칫거리인 무수염산 처리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 고위공무원들은 한화직원들과 동고동락하며 행정업무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했다.
한화케미칼의 현지화 노력도 빠른 성공의 비결이다. 이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은 한국인 19명, 현지인 240명이다. 한화케미칼은 실질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중국인 직원들을 위해 일종의 노조 격인 공회를 지난해 12월 설립했다. 직원들과 소통의 창구를 만들고 불만사항을 직접 듣겠다는 취지였다. 한화케미칼은 공회를 통해 접수된 불만사항을 해결하는 한편 미혼 직원들을 위해 소개팅 행사를 열어주는 등 직원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갔다. 노력은 성과로 돌아왔다. 현지 기업에 다니다가 한화로 옮긴 한차오(41) 경리는 “회사가 먼저 공회를 설립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한화케미칼은 중국업체와 달리 회사가 직원을 잘 믿어주고 다독여줬다. 덕분에 시운전에서 상업생산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한국어, 영어 강습을 하는 등 직원들의 능력향상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기획부 류양(29)씨는 “직원 능력의 향상을 위해 회사가 많은 것을 해주고 있다”면서 “벌써부터 한화케미칼에 다닌다고 하면 아주 인기 좋은 신랑감으로 꼽힌다”며 웃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