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워크문명 시대의 공맹 정치철학’ 펴낸 황태연 교수
입력 2011-02-17 17:29
철학의 본고장인 독일의 괴테대학교에서 마르크스를 재해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황태연(56·사진)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가 ‘패치워크문명 시대의 공맹 정치철학’이라는 시리즈를 펴냈다. 공맹사상이야말로 미래 동아시아문명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유일한 정치철학이라는 신념으로 10년의 준비와 3년의 집필 끝에 출간한 책은 200자 원고지 1만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총 4부작(제1권 ‘공자의 지식철학’, 제2권 ‘서양의 지식철학’, 제3권 ‘공자의 덕치철학’, 제4권 ‘맹자의 혁명철학’)으로 구성됐으며 이번에 1권(3책)과 2권(2책) 등 총 5책이 우선 나왔다.
16일 전화 인터뷰에서 ‘왜 지금 다시 공자 맹자인가’라고 묻자 황 교수는 기다렸다는 듯 답을 쏟아냈다.
“이제 미국 월가를 중심으로 한 서구화 시대를 지나 동아시아 중심의 아태화(亞太化)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2009년을 기준으로 한·중·일 및 대만 싱가포르 등 5개국 GDP 합계는 11조3000억 달러 규모로 유럽연합 GDP 합계(10조7000억 달러)를 앞질렀고 미국(14조 달러)도 위협하고 있어요. 기술이나 문화, 스포츠, 자연과학 분야에서도 동아시아가 세계를 리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동아시아의 정신과학만큼은 서구에 대한 자폐적 열등의식에 사로잡혀 있어요. 공맹철학은 서구의 오만한 전지주의적 합리론에 맞서는 덕성주의적 우월성을 지니고 있으니 당연히 살려야죠.”
황 교수는 동아시아 문명을 유교의 토착적 요소를 바탕으로 서구 기독교문명을 짜깁기한 것으로 분석하고 이를 ‘패치워크 문명’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여기에 공맹철학의 개념을 덧붙여 동아시아인들에게 올바른 역사적 방향성을 제시하고 서구문명에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펴기 위해 중국고대사는 물론 공맹의 철학, 동서문명 교류사, 서양철학사, 사회경제사 및 정치사 등을 치밀하게 거론하며 논증했다. 책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사상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고백했다.
“수년간 집필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것을 깨우치게 될 때마다 오래전에 썼던 부분을 고쳐야 했어요. 그리고 방대한 관련 서적을 모두 섭렵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모조리 읽고 제 지식으로 소화한 뒤 글을 썼으니 후회하지 않습니다.”
동서고금의 철학서와 역사책을 날줄과 씨줄로 엮어 자신의 주장으로 펼쳐내는 황 교수의 저술 방식은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1300여쪽 분량으로 된 1권 ‘공자의 지식철학’의 경우 주석과 참고문헌 목록만 170여쪽에 육박한다.
황 교수는 “요즘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시키는 정의를 가르치는 책이 베스트셀러라는데 이는 한국인들의 서양철학에 대한 열등의식을 잘 보여주는 사례”며 “미래를 동아시아의 시대로 맞이하려면 서양철학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