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꾸고 새 코너 만들고… MBC ‘일밤’ 성공할까

입력 2011-02-13 14:27


MBC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제목을 23년 만에 ‘일밤’으로 바꾼다. ‘일밤’은 오는 3월 6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아나운서 공개 채용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사진)과 가수들의 대결 프로그램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선보인다.

지금 방영 중인 ‘뜨거운 형제들’은 1년 만에 폐지되며, ‘오늘을 즐겨라’도 7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폐지 소식이 알려지자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폐지를 반대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네티즌은 “‘오즐’도 그렇고 ‘뜨형’도 그렇고 왜 폐지하는지 모르겠다. 시청률이 조금만 안나오면 없애버리고, 이제 시청층이 생기고 있는데 없어지고 하니 사람들이 일밤을 안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밤’은 2009년부터 연도별 시청률이 3년 연속 6%(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는 등 침체를 겪고 있다. ‘브레인 서바이벌’과 ‘게릴라 콘서트’로 평균 22%의 시청률을 기록한 2004년에 비하면 큰 추락이다. 전문가들은 ‘일밤’의 상황이 악화된 데에는 시청률을 보고 단기간에 코너를 폐지하는 조급증이 있다고 지적한다.

2009년 3월 방영된 MC생태보고서 대망은 두 달도 채 안돼 폐지됐다. ‘퀴즈 프린스’ ‘소녀시대의 공포영화제작소’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도 세 달도 못 채우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외에도 ‘헌터스’ ‘노다지’ ‘단비’ ‘우리 아버지’ ‘오빠밴드’ 등 숱한 프로그램들이 최근 2년 새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2009년 6월 첫 전파를 탄 뒤 4개월 만에 종영한 ‘오빠밴드’에 출연했던 한 연예인은 “MBC가 기다려주지 않았다. 팬층이 생기고 틀을 잡아가는 중이었는데 자꾸 1∼2주 단기간에 시청률이 잘 나올만한 내용을 하다보니까 프로그램이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결국은 폐지됐다”고 말했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잡히고 시청층이 형성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일밤’과 동시간대 방영되는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도 방송 1년 뒤인 2010년에 들어서야 인기몰이를 한 경우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리얼 버라이어티는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무조건 폐지하기보다, 있는 프로그램을 그 취지에 맞게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필요한데 최근 ‘일밤’은 당장의 시청률 높이기에만 급급해하는 게 보인다”면서 “오디션을 도입하면 당장 인터넷 중심으로 화제는 많이 일으키겠지만, 이 방식이 진짜 ‘일밤’의 정체성에 부합하는지는 따져 봐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