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피플 파워’ 살아있는 파라오 끌어내렸다
입력 2011-02-12 02:37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전격 사퇴는 이집트 국민의 ‘위대한 승리’다. 이집트는 튀지니에 이어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쫓아낸 두 번째 북아프리카 국가가 됐다. 하지만 이집트에서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트 무바라크 체제를 누가 주도할 것인지는 아직 안개 속이다.
◇의미=무바라크 대통령의 사퇴로 무려 30년간 이어온 독재정권이 종식됐다. 공군 장교 출신인 무바라크는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기를 바탕으로 집권한 뒤 정적을 철저히 억압하는 방식으로 권좌를 지켜왔다.
이집트 국민은 스스로 대통령을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경험과 자부심을 얻게 됐다. 지난달 25일 청년을 중심으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각계각층으로 확산됐다. 시위 초반 정부의 강경진압으로 사상자가 발생하자 반정부 시위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참여는 더 늘어났다. 시위대가 시위 후반으로 갈수록 평화 시위 원칙을 지켰다는 점도 평가받을만 하다.
무바라크 사퇴는 이집트만의 승리를 의미하지 않는다. 튀니지에 이어 이집트까지 ‘혁명’에 성공함으로써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다른 독재 국가의 민주화 움직임이 더 큰 활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시위의 시발이 됐다는 점도 다시 새겨볼 대목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직접 민주주의를 가능성을 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전망=이집트 정국은 한동안 혼란기를 겪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권력을 이양 받은 이집트 군은 여전히 정국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군 가운데 일부 세력이 돌출 행동으로 정권을 잡으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무바라크의 사퇴로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할 지 의문이다. 이곳 시민 상당수는 무바라크 뿐 아니라 내각 전체의 퇴진을 주장해왔다. 군이 무바라크 정부 내각의 인사들에게 중책을 계속 맡길 경우 일부 시위대는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위를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전에 비해 시위 열기가 한풀 꺾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승리를 거둔 시민 세력 사이에서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암투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슬림 형제단과 청년운동 세력,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등이 각자 길을 간다면 시민 사이에서도 분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어떤 세력을 앞으로의 파트너로 생각하고 힘을 실어줄 지도 이집트 정국의 관건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