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사작전 과도한 공개 뒤탈 없을까

입력 2011-01-23 17:04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에 대한 해군 청해부대의 소탕작전을 칭찬하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해군 정예부대 UDT를 동원한 특수작전의 상세(詳細)가 과다하게 노출되는 것은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군의 작전을 숙지한 소말리아 해적들이 우리 선박을 다시 납치했을 경우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특히 삼호주얼리호 선장 석해균씨가 해적들을 기만한 방법들까지 일일이 공개한 것은 인도양 해역을 왕래하는 우리 선박들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선장과 선원들의 생명에도 직결될 수 있다. 소말리아 해적에는 대학교육을 받은 엘리트들이 가담해 있고 국제 정보망으로부터 선박 운항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이들이 곧 외신과 선박 납치 브로커들로부터 청해부대 구출작전의 전모를 파악할 것으로 봐야 한다.

이번 작전이 성공했다고 해서 소말리아 해적들이 태극기를 게양한 한국 국적 선박을 기피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거액의 몸값을 받은 이전 성공 사례들의 유혹이 강할 터이다. 이번과 같은 작전이 몇 번 더 성공해야 한국 선박 납치가 화만 부른다는 인식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심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한국 선박들은 여전히 납치당할 위험을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인도양을 지나는 한국 선박들이 소말리아 해적들의 보복 납치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천안함과 연평도 때도 그랬지만 군의 홍보 방법은 이번에도 서툴기 짝이 없다. 천안함 때는 그렇게 감추는 게 많더니 이번에는 정반대였다. 인명이 걸린 일인데도 언론 엠바고가 깨질 뻔했다.

모처럼 성공한 작전으로 군의 사기도 고양됐겠으나 고위 장성들이 TV 앞에서 작전을 직접 설명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무인의 말이 매끄럽지 않은 것은 흠이 아니다. 그러나 국방부와 합참에는 홍보 전문가여야 할 대변인 제도가 있다.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게 PR’이라는 우스갯소리는 이번 경우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낯이 생소한 장군들이 담당자라며 그때그때 나서기보다는 군사와 홍보에 두루 능한 전문가가 민간과의 소통을 맡는 게 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