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환구시보는 망발을 삼가라
입력 2010-12-24 17:47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공산당 기관지 중에서도 국제 문제를 다루는 신문으로 지금까지 천안함 사태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에 대해 여러 차례 논평과 사설을 내놓았다. 심각한 편향성에도 불구하고 중국 공산당의 대변지 역할을 하고 있으므로 혈맹관계에 있는 북한 편을 드는 것을 그러려니 하고 넘겨왔다.
문제는 그 표현이 갈수록 상스럽고 거칠어진다는 점이다. 환구시보는 23일자 ‘한국은 낭떠러지를 축구장으로 여기지 말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의 군사훈련을 맹비난했다. 여기에 동원된 수사(修辭)들을 보자. “한국이 대규모 군사훈련을 한 것은 낭떠러지에서 축구하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렇거니와 “중국은 그동안 좋은 말로 한국을 타일러왔는데 멋대로 행동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면 중국은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한 대목은 협박에 다름 아니다.
무도한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국은 한국을 손봐줄 지렛대가 많아 하나만 사용해도 짧은 시간 안에 한국 사회를 뒤흔들 수 있다” “설득이 효력이 없으면 중국은 방법을 바꿔 한국을 손봐줄 필요가 있다”는 막가파식 표현이 이어졌다.
공산당 기관지라 할지라도 적어도 언론이라면 지켜야 할 선이 있다. 한반도 분위기와 관련해 한·미와 북·중의 입장이 다를 수 있지만 갈등은 합리적으로 풀어야 한다. 그럼에도 환구시보는 한국이 말을 듣지 않으면 힘으로 눌러 버리라는 주문 아닌가. 이것은 망발이다. 마치 남한에 대해 툭하면 불바다 협박을 하는 북한의 매체를 보는 듯하다.
한국과 중국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경제적으로 매우 긴밀하고 양국 국민 간 호감도 역시 높은 편이다. 환구시보는 이를 감안해 사설을 비롯한 모든 보도를 자중해서 다뤄야 한다.
정부는 환구시보의 부적절한 표현에 대해 효율적인 경로를 통해 유감의 뜻을 전하는 것이 좋겠다. 차제에 국내 언론이나 민간 단체들도 자칫 지나치게 감정적인 표현으로 중국에 공격의 빌미를 주는 일이 없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