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상급식이 목숨 걸고 싸울 일인가

입력 2010-12-24 17:44

서울시와 서울시의회 간 힘겨루기가 도를 넘고 있다. 시민은 없고 정당만 있다. 자치의 정신은 온데간데없이 힘의 대결만 펼쳐진다. 한나라당 및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과 의원들이 여야 대리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다툼의 복판에 무상급식이 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쟁점이 됐던 공약실천을 위해 예산편성의 파행을 불사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시의회는 23일 내년 예산안 심의에서 무상급식 예산 695억원을 신설했다. 문제는 항목 신설이 의회의 권한에 포함되느냐 하는 것이다. 의회는 단체장의 동의 없이 지출예산 금액을 늘리거나 새로운 항목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 지방자치법의 규정이다. 이를 놓고 민주당 측은 “시가 동의하면 문제가 없다” 하고, 서울시는 “의회는 예산을 편성하는 곳이 아니라 심의·의결하는 곳일 뿐”이라며 맞서 있다.

무상급식 예산을 둘러싼 대립은 서울시의회를 넘어 자치구로 확산되고 있다. 25개 자치구 중 구청장이 민주당 출신인 21개 구가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해 17곳이 구의회의 의결을 받은 반면 한나라당이 다수인 나머지 구 의회에서는 상임위에서 부결되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21조원에 이르는 서울시 살림살이 가운데 무상급식예산 695억원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나머지 예산편성에 차질이 빚어져서는 곤란하다. 자존심 싸움도 중단돼야 한다. 의회가 오세훈 시장의 역점사업인 한강예술섬사업비 406억원, 서해뱃길사업비 752억원을 몽땅 삭감한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처사다. 오 시장도 무상급식을 “망국적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이다.

서울시와 의회는 시민들의 뜻을 다시 한번 새길 것을 권한다.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한나라당에 단체장을, 민주당에 의회를 맡겼다. 타협과 절충의 기술을 요구한 것이다. 의회는 오 시장이 추진해온 계속사업을 존중할 필요가 있고, 오 시장 또한 의회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예산안을 놓고 재판으로 가는 일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