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 골프(75)
입력 2010-12-20 09:26
의심하면 바람에 밀려 요동하리라
해외 출장을 자주 다니던 1990년대에는 북아일랜드를 매년 방문하였다. 그 곳 Royal Portrush라는 골프장은 동북쪽 끝 해안가에 있는 Links 코스인데, 지구상 7대 불가사이 중 하나인 Giant Causeway 옆에 있는 유서 깊은 세계 100대 명문 골프장이다. 이곳 14번홀은 205야드 파3홀인데 이름이 Calamity이다. 그러니까 비참함 잔혹함 그 자체라고나 할까? 평온한 날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홀이지만, 바람이 부는 날이면 그 방향에 따라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는 형국이 된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그린까지는 약간 오른쪽으로 휘었는데 그린 전방까지 오른쪽은 심한 낭떠러지이라서 감히 핀을 향해 샷을 날리는 골퍼는 거의 없다고 했다.
“오직 믿음으로 구하고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
의심하는 자는 마치 바람에 밀려 요동하는 바다 물결 같으니“(약 1:6)
96년 11월 내가 찾았을 때 이 홀에서는 맞바람이 세게 불었다. 비록 몇 개 홀에서 연속 파를 하고 넘어왔지만, 마침 핀의 위치도 우측 앞쪽이라 아예 티샷을 온그린시킨다는 생각은 꿈도 꾸질 않았다. 투온 작전으로 그린 좌전방의 안전 지대 약 170 야드 지점으로 드라이버를 힘차게 휘둘렀고 무척 잘 맞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볼은 150야드도 날아가지 못하였다. 그 전에 왔을 때에는 뒷바람이라 7번 아이언으로 가볍게 보냈던 그 지점을 드라이버를 쳤는데도 20야드 이상이 모자란 것이다. 당황한 나머지 어프로치도 실패하고, 심한 바람에 짧은 퍼팅마저 놓쳐 벌타도 없이 허무하게 더블보기를 하였다. 그러나 그날의 경험 덕분에 Links 코스나, 바람 부는 날의 대처 방법을 연구하게 되었고, 상대적으로 덜 허물어지는 기초를 닦게 되었다.
실제로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프로 경기에 가보면 80대 타수도 적지 않게 나오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누구라도 바람 부는 날 자기 핸디캡에서 10타 이상 더 쳐 본 경험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아래의 몇 가지 점만 염두에 두고 현명하게 플레이를 한다면 적어도 큰 재앙은 면할 수 있으며 자연 속에서 순응하며 도전하는 골프의 맛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1.나쁜 여건이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다.
바람 분다고 투덜거리면서 좋은 스코어를 내는 골퍼는 찾아 보기 어렵다. 그대로 즐기자.
2.천천히 휘두르고 매사 더욱 느긋하게 스윙한다.
매사에 서두를수록 좋은 작품은 나오기 힘들다. 귀로 임팩트 소리를 듣기까지 휘두르라.
3.바람의 방향과 속도를 잘 파악하여 역행하지 않고 순응하여 이용한다.
클럽 선택은 맞바람 풍속이 시속 10마일 늘 때마다(초속 4-5미터) 한 클럽씩 더 잡는다(연못에 물결이 보이면 맞바람, 안보이면 뒷바람)
“큰 바람이 불어 파도가 일어나더라”(요 6:18)
4.스탠스를 조금 더 넉넉하게 넓히고 무릎은 조금 더 유연하게 선다.
특히 퍼팅할 때에는 스탠스가 넓어야 바람에 일리지 않는다
5.그립을 다소 짧게 내려 잡는다
확실한 임팩트를 위해서 그립을 내려 잡아야 다부진 스윙을 할 수 있다.
6.볼의 위치는 2개 정도 (5~6 센티) 오른쪽으로 놓는다.
다만 볼이 오른쪽으로 밀리지 않도록 클럽 페이스를 미세하게 닫을 필요가 있다.
7.티를 다소 낮게 꽂는다.
등뒤에서 부는 바람에 티 샷을 할 때에는 티를 높이지만 그 외에는 티를 낮게 꼽는다.
8.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조정하여 조준(aim)한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드로우나 페이드 샷을 하지 말고 그 방향으로 샷을 보내 순항하자
9.숏게임은 낮게 굴려 바람의 영향을 덜 받도록 한다.
평소에도 일관성이 더 좋은 방법이지만, 바람 부는 날에는 굴리는 어프로치가 상책이다.
10.짧은 백스윙과 팔로우스루로 손목의 움직임을 줄이면 볼의 탄도를 다소 낮출 수 있다.
타이거 우즈의 Stinger 미사일 샷은 관람용이지 아마 골퍼가 따라 하면 손해가 된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무서워하느냐 믿음이 작은 자들아 하시고 곧 일어나사 바람과 바다를 꾸짖으시니 아주 잔잔하게 되거늘“(마 8:26)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