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동해상 추락, 올해만 세 대째 F-5 전투기에 무슨 일이?

입력 2010-06-18 22:57


공군 F-5F(제공호)가 18일 오전 10시33분쯤 강원도 강릉기지에서 1.8㎞ 떨어진 해상에 추락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전투기 추락 사고다. 지난 3월2일 강원도 평창에서 훈련 중이던 F-5 전투기 2대(F-5E 및 F-5F)가 추락한 이후 불과 3개월 만이다. 지난 두 차례의 사고는 조종사의 비행착각으로 발생했다.

사고 전투기는 오전 9시43분 강릉기지를 이륙, 태백산 필승사격장에서 공대지 미사일 사격 훈련을 마치고 귀환하다 사고를 당했다.

이번 사고 전투기는 강릉 제18전투비행단 105대대 소속으로, 3월 추락한 전투기와 같은 부대다. 당시 대대장이 후배 조종사의 훈련을 위해 함께 출격했다가 변을 당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대장이 부임한 지 2개월된 신참 조종사의 훈련을 돕기 위해 동승했다.

공군 일각에서는 최근 비행 경력 15년차가 되는 조종사들이 대거 전역하는 등 숙련된 조종사 부족으로 조종 미숙의 경우가 늘고 있는 점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F-5의 경우 조종사들의 부족 현상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고 해상에는 비행제한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시계 2㎞ 정도의 안개가 끼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사고 발생 직전까지 전투기와 강릉기지 관제소 간에 특이 무선교신이 없었던 점으로 볼 때 기체결함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기체결함의 경우 사고 발생 전 이상 여부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교신 등을 통해서 미리 보고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처 보고할 틈 없이 전투기에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고 전투기는 1983년 국내에서 조립, 생산된 것으로 2000년 이후 모두 11대(이번 사고 포함)가 추락한 사고 단골기종이다. 30여년 가까이 되는 노후 기종으로 현재 170여대가 운용되고 있고, 이는 현재 공군의 주력 전투기인 F-16과 비슷한 규모로 공군전투기 전체(480여대)의 35%에 달하는 수준이다. F-5는 오래된 기종으로 부품을 쉽게 구할 수 없어 동종 전투기에서 부품을 빼내 쓰는 일종의 ‘돌려막기’로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

사고 해역에서 발견된 전방석 조종사 정성웅(28) 중위와 후방석 조종사 대대장 박정우(42) 중령의 시신은 낙하산 줄에 얽힌 채 물에 떠 있었다. 두 조종사는 전투기가 해상 152m 정도까지 내려온 상황에서, 비상탈출을 시도했지만 낮은 고도로 낙하산이 미처 펼쳐지지 않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항공기는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사고 지점보다 해안가에 더 가까운 곳에서 발견됐다. 공군은 F-5 전투기의 비행을 모두 중단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