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guryeo’―‘Koguryo’ 표기 혼선…고구려 영문부터 통일해야

입력 : 2004-08-13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규탄 열기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고구려 영문 표기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교육인적자원부와 국정홍보처 문화재청 등 정부부처는 현재 고구려의 영문 표기를 현행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Goguryeo’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구려연구재단은 ‘Koguryo’라는 표기를 사용하고 있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영문 명칭도 ‘Koguryo Research Foundation’이다.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 관계자는 12일 “고구려의 영문 표기는 딱히 표준으로 정해진 것이 없고,정부 문서에서는 그동안 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사용해 왔는데 최근 고구려 문제가 부각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명칭을 통일해야 할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문화부가 나서야 할지,행정자치부가 법령으로 정해야 할지,그도 아니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정해야 할지 책임 소재도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고구려연구재단 이사장은 “당연히 Koguryo가 맞고,Koguryo로 써야 한다”면서 “유네스코 등에서 Koguryo를 사용하고 있는데,로마자 표기법에 따라 Goguryeo라고 표기하게 되면 엄청난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중국과 북한의 고구려 유적의 영문 명칭에서도 Koguryo를 사용하고 있고,세계적으로 고구려가 Koguryo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Goguryeo를 고집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고구려가 한국 역사임을 주장할 때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네스코는 물론이고 중국 정부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등은 고구려를 Koguryo로 표기하고 있다.
정부의 고구려 영문 표기가 혼동되면서 영자신문 등 언론과 학계도 제각기 다른 표기법을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경우,세계적으로 공통되는 국제판에서는 Koguryo라고 표기하고 있지만,서울에서 편집되는 한국 뉴스 섹션에서는 Goguryeo라고 쓰고 있다. 국내 영자신문인 코리아타임스와 코리아헤럴드는 Koguryo와 Goguryeo를 각각 고집하고 있다. 대표적인 고구려 관련 학술단체인 고구려연구회는 Koguryo라는 명칭을 쓰고 있지만,고구려역사연대측은 Goguryeo를 사용한다.
1년 전 한국에 온 미국인 마이클 로스(35)씨는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Koguryo와 Goguryeo는 완전히 다른 나라로 인식된다”며 “고구려가 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라는 인정을 받으려면 영문 표기부터 통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난희 고구려연구재단 대외협력실장은 “중국이 고구려를 ‘가오고리(gaogoli)’라는 자신들의 발음 대신 Koguryo라는 표기를 받아들인 것 자체가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는 점을 인정한 셈인데,우리가 스스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Koguryo 표기를 버리고 Goguryeo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면서 “로마자 표기법을 따를게 아니라,하나의 고유명사로서 국제적 관례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지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