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성경읽기 소그룹에 참여해 예레미야서를 함께 읽고 있는데, ‘하나님의 진노’라는 표현이 유독 많이 등장합니다. 저는 늘 하나님을 사랑의 하나님으로만 생각해 왔는데, 왜 성경은 하나님을 이렇게 ‘진노하시는 분’으로 자주 묘사하나요.
A : 하나님의 진노는 정말 많은 현대인이 어려워하는 주제인 것 같아. 그래서 몇 가지 반론을 통해 하나님의 진노에 관해 설명해 보도록 할게.
첫째 하나님의 진노는 정의롭다는 거야.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미국 신학자 미로슬라브 볼프는 어린 시절 자국에서 벌어진 참혹한 전쟁을 경험했지. 그는 이 경험을 이렇게 말했어.
“줄잡아 20만명이 학살당하고 300만명 이상이 추방됐다. 마을과 도시들이 파괴되었고 나의 동족이 날이면 날마다 폭격을 받았으며 그들 가운데 일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잔학한 폭행을 당했다. 그래서 나는 진노하지 않는 하나님을 상상할 수 없었다.” 생각해 봐. 히틀러를 보면서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니까 히틀러도 천국 가렴”이라고 말하는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겠니.
둘째 하나님의 진노는 그분의 사랑과 연결돼 있어. 예를 들어 내 눈앞에서 불량배가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사랑이 많은 목사니까 내 아내를 해치려는 사람도 사랑해” 하면서 보고만 있을까. 해치려고 하는 불량배를 향해 분노하면서 내 아내를 돌봐야 하지 않을까. 사랑이신 하나님은 거룩을 사랑하시기에 죄에 대해 진노하실 수밖에 없어.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는 것은 사랑이심에도 불구하고 진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랑이시기 때문이야. 그분은 툭하면 화를 내는 신경질적인 분이 아니시며 오히려 죄지은 인간을 향해 오래 참고 기다리시는 분이셔.
셋째 하나님의 진노는 은혜로 흡수되었어.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 달리시기 전 겟세마네에서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마 26:39, 42)라고 세 번이나 간절히 기도하셨지. 그렇다면 ‘이 잔’은 무엇일까. 구약 성경의 많은 부분에서 하나님께서는 죄인들에게 ‘진노의 잔’을 부으신다고 선포하시지.(사 51:22, 렘 25:15) 즉 ‘이 잔’은 하나님의 진노를 가리키는 거야. 실제로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에서 육체적 고통을 겪으셨지만 그분이 정말로 고통스러워하셨던 것은 바로 하나님의 진노였어.
그래서 예수께서는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 27:46)라고 외치셨지. 그분이 이 두려운 진노를 우리 대신 받으셨기에 우리는 하나님의 진노가 아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그래서 하나님의 진노를 아는 것은 오히려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알게 만든단다.
이정규 시광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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