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25억명 넘는 사람이 찾는 유튜브엔 매일 수많은 채널이 만들어집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많은 한국인은 오늘도 유튜브에 접속해 정보를 얻고 음악을 듣고 뉴스를 보고 위안을 받습니다. '유튜버'와 '인터뷰'의 첫 자음을 딴 'ㅇㅌㅂ'은 이렇듯 많은 이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타이어가 아스팔트 위를 내달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서킷. 지난 7일 이곳에서는 다음 날 펼쳐질 ‘현대 N페스티벌 아반떼 N컵 시리즈’의 상위 리그인 N1 클래스 경기를 위해 연습 주행에 나선 차량들을 볼 수 있었다. 경주용으로 개조된 차량들은 4.346㎞ 길이의 트랙을 우렁찬 배기음을 내뿜으며 질주했고, 주행이 끝난 레이서들은 헬멧도 벗지 않은 채 각종 데이터가 담긴 노트북을 보면서 작전 회의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을 찾은 것은 ‘유튜버 레이서’ 강병휘(46)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SK 지크 유나이티드팀 소속인 강씨는 정비사들과 차량 컨디션에 대해 열띤 토의를 벌이고 있었다. 강씨는 14만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 ‘강병휘의 Station.B’ 운영자다. 그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레이서로 살면서 만끽하는 기쁨과 유튜버로서 느끼는 보람을 자세하게 들려줬다. 다음은 강씨와의 일문일답.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포르쉐코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 같은 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때 자동차 산업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안목을 갖게 된 것 같다. 이후 자동차 전문 언론사인 모터그래프에서 에디터와 유튜브 진행자로 일했는데, 당시 댓글 중에 이런 칭찬이 뇌리에 박혔다. ‘문무를 겸비한 유튜버.’ 단순히 차를 잘 타는 것을 넘어,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차의 특성을 설명하고, 업계 경험을 통해 상품성까지 논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였다. 자동차 유튜버 시장의 ‘생태계 교란종’이었던 셈이다(웃음).”
-어릴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나.
“차에 대한 관심이 식은 적이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자동차 공학과 관련된 자료나 책을 모았다. 교과서에도 자주 이와 관련된 낙서를 하곤 했다. 나이가 든 뒤에는 좀 더 전문적으로 차에 대해 공부했다. 자동차가 어떤 부품으로 구성돼 있고, 어떻게 움직이는지…. 공부를 통해 배운 물리적인 지식을 하나하나 적용해보면서 차의 세계를 탐미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
“자동차 디자이너였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가고 싶었다. 대원외고를 다녔는데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는 자동차 관련 학과 중에서 문과생을 받아주는 유일한 곳이었다. 하지만 낙방했고, 대학(연세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게 됐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컸기에 대학생 시절에도 문과생 중 유일하게 공과대학 수업을 수강 신청해 듣곤 했다.”
-그런데 어쩌다 레이서가 된 건가.
“첫 대회에 나가기 6개월 전만 해도 내가 언젠가 레이서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친구의 권유 때문에 첫차를 처분해 대회 출전에 필요한 차였던 현대자동차의 ‘클릭’을 500만원 정도에 샀다. 이후 대회에 필요한 정비 및 개조, 타이어 교체 비용 등을 감당하기 위해 스폰서를 찾으러 다녔다. 제안서를 만들어 한창 튜닝붐을 이끌던 튜닝숍을 무작정 찾아가 문을 두드리곤 했다. 10번 가면 9번은 거절당했지만, 나를 기특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었다.”
-레이싱에 소질이 있다는 건 언제 알았나.

“서울 신림동에서 행정고시 준비를 할 때 일산에 사는 부모님을 설득해 차를 마련했다. 현대차 ‘스쿠프 터보’였다. 당시 새벽이면 차를 끌고 경기도 양평으로 향했다. 유명산과 중미산을 잇는 굽이진 고갯길에서 운전하며 실력을 쌓곤 했다. 레이서는 차의 기계적 원리나 데이터 분석에 집중하는 ‘이론파’와, 감각과 본능에 의존해 차를 타는 ‘감각파’로 나눌 수 있다. 예컨대 이론파는 서킷의 첫 번째 코너에 진입할 때 정확히 언제 브레이크를 밟은 뒤 얼마 뒤에 가속 페달을 밟아 운전대를 돌릴지 안다. 계산과 플랜이 있는 것이다. 감각파는 반대로 계획이 없다. 시트를 통해 ‘엉덩이’로 전달되는 노면의 정보와 차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읽어 무의식적으로 차와 한몸처럼 움직인다. 나는 ‘이론적 지식을 갖춘 감각파’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겐 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론적 지식이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레이스에서 100분의 1초를 줄이는 작업은 이론이 완벽해도 불가능할 때가 많다. 신체와 차체가 피드백을 주고받아야 하니까. 그래서 몸의 상태에 따라 주행 결과에 편차가 생기기도 한다.”
-‘2012 아시아경제 연비왕 대회’라는 행사에서도 우승한 적이 있던데.
“참가할 때 거창한 이유 같은 건 없었다. 마침 모터스포츠 시즌이 끝나는 11월쯤 대회가 열렸고, 가족과 함께 드라이브 삼아 나갈 수 있는 경기였다. 언뜻 보면 극한의 연료 소모와 극한의 연료 절약은 완전히 반대되는 주행 같지만, 드라이버 입장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 두 행위 모두 ‘상황에 맞춰 차를 효율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필요한 것이니까. 앞차와의 간격, 신호나 도로 상황 등을 미리 파악하고 그 흐름에 맞춰 불필요한 가속이나 감속을 최소화하는 게 그 대회에서 우승한 비결이었다.”
-지금 어떤 차량을 소유하고 있는지….
“총 3대의 차를 가지고 있다. 포르쉐 911, 기아 EV4, 지프 랭글러. 스포츠카, 세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각각 1대씩 갖는 셈이다. 2013년 중앙일보가 ‘올해의 차’를 선정할 때 심사위원을 맡았었는데, 당시 포르쉐 911을 몰면서 감동을 받았다. 포르쉐의 상징적인 차면서 아이, 짐 모두 실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었고 의외로 연비도 좋았다. 정속 주행하면 연비가 리터당 18.5㎞를 찍는다. EV4는 승차감이 좋고 전기차이기 때문에 효율성이 뛰어나다. ‘데일리카’로서 훌륭한 차량이다. 지프 랭글러는 결혼식이 끝난 뒤 탄 웨딩카였다. 겨울에도 잘 타고 다닐 수 있는 SUV가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아내를 설득해 장만했다.”
-국내 모터스포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다른 스포츠보단 인기가 덜한 편인데.
“선수들의 실력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미디어 노출이 부족해서일 것이다. 다른 프로 스포츠와 달리 모터스포츠는 메이저 채널을 통해 중계되지 않고, 1년에 열리는 경기 수도 적다. 대중에게 꾸준히 노출될 기회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시종일관 아슬아슬한 순위 경쟁이 펼쳐지는 레이싱의 묘미를 대중이 알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레이싱에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즐길 수 있는 극적인 요소가 많다. 언젠가 모터스포츠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하나의 흥미진진한 ‘스포츠 드라마’로 인식되는 날이 온다면 지금보다 훨씬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레이서가 아닌 유튜버로서 강병휘의 목표는.
“처음부터 거창한 사명감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유튜버 레이서’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경기에서는 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의도치 않은 상황이 터지기도 하고, 멋진 추월 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유튜브를 통해 모터스포츠가 선보이는 ‘명장면’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수년이 지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회자될 수 있는, 그런 인상적인 순간들을 편집해서 담아내 전달하는 것이 지금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까 싶다.”
용인=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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