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건너갔던 구운몽도와 백동자도 병풍 등 그림 2점이 국내에 들어와 보존처리를 받고 송환되기 전 국내 관람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국립고궁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25일부터 포틀랜드미술관이 소장한 ‘구운몽도 병풍’, 덴버미술관이 소장한 ‘백동자도 병풍’을 ‘다시 살려낸 그림 속 희망’ 특별전을 통해 서울 종로구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10폭 병풍 형식의 두 그림은 해외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의 보존·복원 및 활용을 지원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구운몽도는 조선 시대 문인 김만중(1637∼1692)이 유배 중 어머니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썼다는 한글 소설 ‘구운몽’(九雲夢)을 소재로 했다. 불도를 수행하는 성진이 팔선녀를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해 양소유로 환생해 8명의 여인과 인연을 맺고 부귀영화를 누린다는 판타지를 담았다. 자문한 동국대 불교학술원 장계수 전문연구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삼국지연의 등 중국 소설이 아니라 우리 소설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병풍 폭마다 여러 장으로 나뉜 소설의 장 같은 화제(그림 제목)가 쓰여 있어 더욱 흥미롭다”고 말했다.
구운몽도 병풍은 1910년경 이화학당 선교사였던 마리 엘리자베스 처치가 한국에서 학생 부모로부터 선물 받은 뒤, 귀국할 때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처치가 친구에게 선물한 병풍을 그 가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은 소설의 내용과 다르게 그림이 배치된 부분을 바로잡았다고 한다.
함께 보존 처리를 마친 백동자도 병풍은 동자, 즉 아이들이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평화롭게 노는 장면을 화폭에 담은 작품이다. 백(百)은 풍족하고 많다는 의미로, 아이들은 자손 번성을 바라는 의미를 지닌다. 덴버미술관은 1970년 뉴욕에 있는 아시아 고미술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샀으나 언제, 어떤 경위로 한국을 떠나 미국으로 가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병풍 속 틀에 바르는 종이로 일본에서 발행된 1960년 신문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볼 때 19∼20세기에 제작되고 1960년 이후 수리한 뒤 미국으로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7월 20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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