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 있는 ‘더 플레이스’(The Place)는 유럽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무용 기관으로 손꼽힌다. 1969년 설립된 더 플레이스는 300석 규모의 공연장, 11개의 스튜디오 그리고 런던현대무용학교를 운영한다. 특히 매년 250개 안팎의 작품이 올라가는 공연장은 전 세계 안무가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더 플레이스는 최근 한국 무용계에도 친숙한 곳이 됐다. 2018년부터 한국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을 매년 개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현대무용제(MODAFE) 참석차 내한한 더 플레이스 총괄감독 크리스티나 엘리엇을 최근 만나 단독 인터뷰했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모다페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1일부터 15일까지 펼쳐진다.
엘리엇은 “주영 한국문화원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우리에게 제안한 것이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의 시작”이라면서 “더 플레이스는 이전까지 특정 국가의 작품만으로 구성된 페스티벌을 개최한 적이 없어 처음엔 망설였다. 하지만 리서치 결과 한국이 풍부한 무용 자원을 갖고 있으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원래 영문학을 전공한 후 연극 프로듀서로 활동하다가 2009년 더 플레이스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거쳐 이듬해 프로듀서로 취임했다. 현재 더 플레이스의 프로그래밍과 제작 책임자로 있으면서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에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영 한국문화원이나 한국의 프로듀서 및 프로그래머를 통해 작품을 추천받았어요. 당시엔 주로 영상을 보고 선택했죠. 하지만 점점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서울세계무용축제, 서울아트마켓, 부산아트마켓을 방문하면서 한국 현대무용에 대해 많이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작품 영상을 받고는 있지만 가능하면 직접 보고 결정하려고 해요. 지금까지 인상적이었던 한국 안무가를 꼽으라면 허성임, 김재덕, 정철인, 장혜림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특히 지난해 장혜림의 ‘제II’는 영상으로 선택한 뒤 런던에서 실제 공연을 봤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좋았어요.”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한국 무용단체의 항공편을 지원하고 더 플레이스는 공연 환경 및 개런티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의 공적 지원이 투입된 것은 더 플레이스가 한국의 현대무용 안무가들에게 국제적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현대무용협회가 이번에 엘리엇을 초청한 것도 더 플레이스와 MOU를 맺고 모다페에서 선보이는 작품을 해외에 진출시키기 위해서다.
엘리엇은 “2018년부터 더 플레이스에서 공연한 무용가들이 이제 자신의 신작을 우리에게 먼저 이메일로 알리는 등 한국 현대무용계와 관계가 깊어졌다. 이번에 모다페 초청으로 서울에 와 있는 동안 그들을 직접 만나 작업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7~24일 열린 올해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은 김성용 안무 국립현대무용단의 ‘정글’, 정철인 안무 멜랑콜리 댄스 컴퍼니의 ‘제로그램’, 최민선-강진안 안무 최강 프로젝트의 ‘여집합-강하게 사라지기’, 정지혜의 솔로춤 ‘신세계’ 등 5편이 공연됐다. 올해는 런던만이 아니라 맨체스터, 뉴캐슬, 본머스 등 다른 도시까지 확대된 것이 특징이다.
그는 “한국 예술가들이 영국까지 오는 비용이 적지 않다. 그래서 코리안 댄스 페스티벌의 책임 기관으로서 한국 예술가들에게 최대한 많은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영국의 다른 공연장들과 협의해 올해부터 여러 도시에서 공연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좋은 한국 작품이 영국에서 더 많이 공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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