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저는 같은 교회 청년부에서 만나 교제한 끝에 2019년 10월 결혼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결혼 6개월 만에 첫째 조이를 임신했고 이듬해 1월 아이를 품에 안았습니다. 이름 그대로 조이는 우리 가정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Joy)이 됐습니다. 하지만 처음 겪는 임신과 출산, 육아는 초보 엄마에게 하루하루 불안과 염려의 연속이었습니다. 자모실에서 분주히 드리는 예배는 제 삶을 채우기에 충분하지 않았고 예배의 부재는 무기력함과 우울감으로 이어졌습니다.
시간이 흘러 육아가 익숙해지고 예배가 회복될 무렵 둘째 로이가 찾아왔습니다. 둘째 육아는 첫째 때와는 또 달랐습니다. 정신적·육체적으로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고 돌봄의 강도도 훨씬 강했습니다. 아이들이 주는 기쁨은 컸지만 그것과 별개로 무기력과 우울이 일상을 조금씩 잠식해갔습니다. 결국 둘째가 6개월쯤 됐을 때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고 약을 복용하며 상담을 병행했습니다.
그렇게 회복돼가던 중 셋째를 임신하게 됐습니다. 셋째에게는 미안하지만 처음엔 기쁘지 않았습니다. 당시 복용 중이던 약은 임산부가 먹을 수 없는 약이라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임신을 계획했다면 앞서 수개월 전부터 약을 끊었어야 했지만, 저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 그 날 아침까지도 복용 중이었습니다.
걱정과 염려,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쏟아졌습니다. “왜 지금인가요. 이제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요. 약을 끊으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하죠. 이미 낳은 두 아이는요?” 깊은 혼란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뿐이었습니다.
하나님은 기도의 자리에서 제 연약함을 마주하게 하시고 제가 하나님을 얼마나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는지를 돌아보게 하셨습니다. 저의 교만함을 회개하게 하셨고 다시 믿음을 주셨습니다. 불안 대신 평안을, 우울 대신 기쁨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인간적인 방법이 아닌 하나님의 방법으로 우리 가정을 회복시키심을 경험하게 하셨습니다.
감사하게도 약은 태아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지난 4월 건강하게 40주를 채운 셋째 하이를 출산하게 됐습니다. 지금 저는 약 없이도 일상을 잘 감당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앞으로 또 어떤 어려움이 닥칠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선하고 완전한 길로 인도하실 것을 믿기에 불안보다 믿음을 선택하려 합니다. 기쁨을 주신 하나님(조이), 목자 되신 하나님(로이), 평안을 주신 하나님(하이). 우리 부부가 아이들 이름에 담은 신앙고백이 이제는 아이들의 삶 속에서 고백되기를 기도합니다.
이상현 승지현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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