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남매 감자빵이 칠남매 감자빵으로 바뀌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강원도 춘천 신북읍 ‘칠남매 감자빵’은 저출산으로 신음하는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다자녀 가정을 상징한다. 빵집을 운영하는 전동훈(52) 목사와 류사라(45) 사모 부부는 2년 전 막내 성우(2)가 태어난 이후(국민일보 2023년 7월 26일 36면 참조) 가게 간판을 칠남매 감자빵으로 바꿔 달았다.
춘천 사북면의 작은 마을에서 17년째 농촌목회를 하는 전 목사 부부는 교회 사역뿐 아니라 가게 운영, 칠남매 양육으로 분주하다. 성우 위로는 태랑(21) 해준(19) 성진(14) 성실(6) 등 4명의 형과 수(17) 성은(11) 등 2명의 누나가 있다. 첫째와 막내의 나이 차가 19살이다. 이들 부부가 걸어온 길은 한국 사회의 저출산 추세와는 정반대 방향이었다.
다자녀 가정의 일상은 응원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전 목사는 “넷째와 다섯째를 데리고 다닐 때만 해도 ‘왜 그렇게 아이들을 많이 낳느냐’는 식의 말을 많이 들었다”며 “가족조차 이해하지 못한 시절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주변의 편견 어린 시선은 다자녀 가정이 감내해야 했던 또 다른 어려움이었다.
다둥이네 지원은 턱없이 부족
최근 저출산이 국가적 위기로 주목받으면서 아홉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은 존경과 감탄으로 변했다. 하지만 그뿐이다. 다자녀 가정을 위한 제도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류 사모는 “7명의 아이를 키우려면 주거 교육 생활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라며 “실질적 지원 없이 출산 장려만으로는 현실이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적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직장 여성은 출산 후 육아휴직 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전업주부의 경우 양육에 대한 경력 인정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아와 가사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전업주부들은 제도적 지원에서도 소외됐다. 류 사모는 “출산과 육아에서는 소득 직업을 따지지 말고 누구나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들 부부는 산골에서 국가의 영·유아 가정방문 지원 제도인 ‘아이돌봄서비스’조차 받기 어려운 환경을 경험했다. 지원제도가 있어도 지역이나 소득 기준 등 서비스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류 사모는 “출산과 육아만큼은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신앙으로 본 가정의 의미
다자녀 가정의 삶이 치열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족 모두 성장하는 유익함도 크다. 전 목사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인내와 이해, 사랑을 배웠다”며 “서로를 통제하려 하기보다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삶을 살고 부모도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기에 그 자유와 존중 가운데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 목사 부부는 힘든 환경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낳은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전 목사는 “부모가 모든 걸 통제하는 대신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응원해야 한다”면서 “자유와 존중이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가정은 성경 속 신앙의 원리가 담긴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다. 전 목사는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를 만드신 뒤 ‘생육하고 번성하라’(창 1:28)고 말씀하신 창조 질서가 가정에 담겨 있다”며 “자녀를 키우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결혼과 출산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문화에 대해선 “신앙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신앙의 본질은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것”이라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신앙의 원리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커리어냐 육아냐
류 사모는 여성의 커리어와 육아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꼬집었다. “몸은 하나인데 두 가지를 다 완벽하게 해내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해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사회가 그 선택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해요.”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고 가정에서 육아만 한다고 평가 절하하는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점이다. 류 사모는 “집에서 아이만 돌보는 엄마에 대한 사회적 저평가와 제도적 소외도 저출산에 한몫했다”며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모른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없다면 저출산 문제는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가정과 육아에 대한 사회적 존중과 차별 없는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류 사모는 “생명을 낳고 키우는 일 자체가 가장 귀한 것임을 사회 전체가 인정할 때 저출산의 벽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춘천=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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