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對)미국 관세 협상 핵심 카드로 꼽히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의 수출 승인을 둘러싼 환경단체와의 소송에서 미 정부가 승리했다. 이 사업의 ‘환경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의미가 있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여전히 사업의 경제성 확보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렵다.
로이터통신은 미 연방 항소법원이 알래스카주에서 생산한 LNG 수출을 승인한 미국 에너지부(DOE)의 결정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너지부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LNG 수출을 승인해 국가환경정책법(NEPA)을 위반했다는 시에라클럽·생물다양성센터 등 환경단체의 주장을 기각한 것이다.
법원은 LNG 수출이 미국의 공익에 부합한다는 에너지부의 결정이 타당하다고 봤다. 환경영향평가에서 수출한 LNG가 연소될 때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확률 산정이 불가능한 불확실성’에 해당한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단체들은 추가 대응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
미 에너지부는 2017년과 2020년 각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과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알래스카산 LNG 수출을 허가했다. 하지만 같은 해 시에라클럽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5년에 걸친 법정 다툼을 벌여야 했다. 이번 판결로 트럼프 정부 1기부터 이어온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환경 리스크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 사업비 390억 달러(약 57조원) 규모의 이 프로젝트는 한국에서도 임박한 미국과의 관세 인하 협상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산 LNG 수입에 더해 파이프라인 등 설비 구축에까지 참여하기를 재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5일 한 포럼 강연에서 “사업성 검토 차원에서 조만간 당국자의 출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의 환경 리스크는 감소했지만 사업 초창기의 경제성 확보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에너지 컨설팅 기업 우드매킨지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알래스카 LNG 페이즈 1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수출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1단계)에서 알래스카산 LNG의 예상 가격은 MMBtu(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8.97~12.80달러다. 기존 알래스카 일대에 가스를 공급하던 쿠크만 천연가스(8.69달러)보다 비싼 수준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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