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8.6%의 수익률을 거둬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ETF가 올해 들어서는 수익률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미국 주식 중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가 선호하는 종목을 골라 담은 포트폴리오 구성이 최근 빅테크 중심 하락장에서 더욱 깊은 골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코스콤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KODEX(코덱스) 미국서학개미’는 올해 들어 24.90% 하락했다. 이날만 6.14% 급락했다. 이 ETF는 지난해 수익률 1위였지만 이날 기준 국내 상장된 주식형 ETF 666개 중 660등으로 밀려났다. 지난 7일 기준 NH투자증권을 통해 해당 ETF에 투자한 이들의 97.08%가 손실을 보고 있다.
이 ETF는 서학개미가 많이 사들인 종목을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전략으로 출시 초반 화제를 모았다. 한국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국내 투자자 보관금액 상위 25개 기업을 순서대로 가중해 편입 비중을 정한다. 매달 변동을 반영해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을 한다. 이날 기준 코덱스 미국서학개미에는 엔비디아가 19.42%로 가장 편입 비중이 높았고 테슬라(19.30%) 애플(10.35%) 마이크로소프트(6.89%) 팔란티어(6.28%) 알파벳(5.37%) 등 순이었다.
작년에는 빅테크 중심의 강한 상승세로 성과를 냈지만, 올해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특히 서학개미가 선택한 종목들이 시장 수익률을 크게 밑돌면서 ETF 수익률도 고꾸라졌다. 엔비디아는 올해 22.65%, 테슬라는 41.43% 각각 급락했다. 애플(-6.71%) 마이크로소프트(-9.18%) 등도 부진하다. 이 기간 나스닥은 5.92% 하락했다.
앞으로 서학개미와 한 배를 탄 전략이 유효할지 전망도 쉽지 않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인공지능(AI) 하드웨어가 여전히 초과수요에 있고 우상향 증시 추세를 지지해주는 요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없다”면서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완만한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4월 상호관세 부과 전후까지 증시가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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