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브루탈리스트’로 생애 두 번째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9세 때 영화 ‘피아니스트’(2003)로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기록을 쓴 지 22년 만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 극장에서 2일(현지시간)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브루탈리스트’의 브로디가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호명됐다.
브로디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며 “이런 상을 받는다는 것은 목적지가 있다는 뜻이며, 커리어의 정점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는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쟁과 체계적인 억압이 트라우마,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타자화를 남겼다”며 “난 더 건강하고 행복하며 포용적인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 과거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증오를 방치하지 말라는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피아니스트’에서 홀로코스트 광풍 속 유대인 음악가를 연기한 브로디는 이번 영화에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헝가리계 유대인 건축가 라슬로 토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브로디는 ‘컴플리트 언노운’의 티모테 샬라메, ‘어프렌티스’의 서배스천 스탠, ‘콘클라베’의 레이프 파인스, ‘씽씽’의 콜먼 도밍고 등을 제치고 이 상을 수상했다.
최고 영예인 작품상은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에게 돌아갔다. ‘아노라’는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아노라’는 러시아 갑부와 결혼한 뉴욕의 스트리퍼 아노라(마이키 매디슨)가 시부모로부터 결혼 생활을 위협당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물이다. 직업에 대한 차별과 사회계급 등을 다루며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틀었다.
‘탠저린’(2018),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 ‘레드 로켓’(2022) 등을 통해 미국 내 소수자와 비주류 문화를 조명해 온 베이커 감독은 ‘아노라’로 생애 첫 오스카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아노라 역을 맡은 매디슨은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를 제치고 첫 주연작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20대 여배우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실버라이닝 플레이북’(2013)의 제니퍼 로렌스 이후 12년 만이다.
여우조연상은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이 살다나, 남우조연상은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이 수상했다. 살다나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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