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6일 선고 예정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맞물려 조기 대선 정국을 뒤흔들 변수로 꼽힌다. 항소심의 유무죄 결과에 따라 대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심에 이어 대법원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 심리로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는 “검찰이 과하다. 저는 허위라고 생각하고 말한 바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항소심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이 대표 공소사실을 ‘교유 행위가 없었다’ ‘해외 출장 중 골프를 함께 치지 않았다’ ‘경기도지사가 된 후 김 전 처장을 알게 됐다’ 등 3가지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구체화했다. 이 대표는 “어느 시점에 어떤 기억이 있었는지 확정하기 어렵지만, 발언 당시에는 기억에 있는 대로 설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백현동 관련 허위사실도 ‘국토부 요구로 백현동 부지 용도지역을 불가피하게 변경했다’ ‘직무유기 협박까지 받았다’ 등으로 특정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불가피하게’라는 표현은 “자유의사를 완전히 제압당한 상태라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눈이 와서 버스를 타고 왔다’ 정도의 의미”라고 밝혔다. 또 “협박은 과한 표현”이라면서도 중앙부처 압박은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3월 중순쯤 선고하고 탄핵이 인용될 경우 5월 중순쯤 조기 대선이 열린다. 만약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이 나오고 판결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게 된다.
2심 판결 후 검찰과 피고인 측은 7일 이내 상고장을 내고, 서울고법은 기록을 2주 내 대법원에 송부한다. 대법원은 소송기록을 접수했다는 통지를 당사자들에게 송달하는데, 상고이유서는 송달이 완료된 지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이런 절차를 고려하면 2심 선고 후 본격적인 대법원 심리 시작까지 빨라도 1개월은 소요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 1심은 지난해 11월 15일 선고됐는데 이 대표 측이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건 지난달 6일이었다. 본격 심리까지 52일이 걸린 셈이다. 상고심 상황도 비슷하게 진행될 경우 물리적으로 5월 중순 이전 대법원 판결은 어려워진다. 대법원이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대선 후보 사건을 급박하게 처리할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많다. 한 부장판사는 “심리할 시간도 부족한데 대법원이 그렇게 서둘러 선고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다만 조기 대선 전 대법원 판결이 빠듯하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서류심·법률심이라 집중 심리한다면 1~2주 내 선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결국 대법원 의지에 달린 사안”이라고 말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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